부검 결과 ‘면허정지 수준’ 드러나
5월 9일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에서 발생한 유치원 버스 방화 사건을 일으킨 운전사 충웨이쯔를 파견한 버스회사는 ‘웨이하이시 공공교통 총공사 여행공사’였다. 웨이하이시 소속 교통회사의 자회사인 이 회사는 아직 아무런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고 있다. 웨이하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산둥성 공안청은 2일 희생자 유족들을 대상으로 한 사고 조사결과 발표에서 운전사 충웨이쯔(叢威滋·55) 씨가 버스회사의 해고 통보를 받고 불을 질러 참사로 이어졌다고 설명하면서 부검 결과 충 씨의 혈액에서 알코올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공안청은 같은 날 중국과 한국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사결과 발표에서는 음주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한국은 음주운전 입건 기준이 혈중 알코올농도 0.05%지만 중국은 0.03%면 ‘6개월 면허정지에 1000∼2000위안 벌금’에 해당한다. 한 유족은 “충 씨가 미리 석유와 라이터를 구입해 범행을 준비했던 것도 충격적이지만 어린아이들이 타는 통학버스를 운행하는 국영회사의 운전사가 아침부터 음주 상태로 운전을 해도 통제가 되지 않는 관리 부실이 더 큰 문제”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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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 씨는 4월 20일 휘발유를 구입한 데 이어 5월 3일에는 자신이 갖고 있던 벌점 상쇄 포인트 11점을 다른 운전사에게 점당 100위안에 팔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밝혀졌다. 벌점이 12점이면 면허정지를 당하는데 평소 안전운전으로 전혀 벌점이 없는 충 씨가 자신이 쓸 수 있는 벌점 상쇄 포인트를 다른 운전사에게 모두 판 것이다. 자신이 더 이상 운전할 필요가 없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이번 사건을 미리 계획했다는 증거다.
충 씨는 사고 이틀 전인 5월 7일에는 통학버스를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몰고 간 것으로 드러났다. 통학버스는 운행하지 않는 경우 회사에 세워둬야 한다. 이에 대해 유족들은 차량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범인이 범행을 준비할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충 씨가 지난달 9일 오전 왜 터널 내에서 범행을 결행했는지에 대해 유족과 한인회 관계자, 소식통들은 ‘소변, 터널, 접촉 사고’ 등 3가지가 결정적 요소가 됐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9일 오전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 범행 장소였던 환추이(環翠)구 타오자쾅(陶家.) 터널에 들어가기 직전 한 여자 아이가 소변이 마렵다고 해 교사 위나(于娜) 씨와 함께 잠시 내렸다가 다시 탔다. 이때 충 씨는 운전대에 머리를 묻고 좌우로 흔들며 고민하는 모습이 반대편 차로에서 마주 오던 차량의 블랙박스에 찍혔다.
한 소식통은 “소변보는 시간이 없이 그대로 운전을 해서 갔더라면 마지막 결행의 고민을 할 시간이 없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아이가 소변을 보는 동안 잠시 고민을 했고, 이윽고 조명이 거의 없는 어두침침한 터널 속으로 들어간 데다 앞서 가던 청소차량을 추돌하는 접촉사고까지 내자 ‘이제는 끝이다’라는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범행 직전의 상황을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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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하이=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