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전에 장관 후보자 지명한 문 대통령… 헌법이 정한 원칙 외면한 것 일부 인사들 비리 의혹에 특정인 위한 기준 바꾸기… 爲人設官과 뭐가 다른가 외교·안보 분야 편향적 인사… 참여정부 ‘코드인사’ 반복돼서야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가장 먼저 지적될 수 있는 것은 헌법이 정한 원칙, 즉 ‘총리의 제청에 따른 임명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가’라는 점이다. 오래전부터 헌법학계에서는 총리 후보자 또는 총리서리는 국회의 임명 동의를 얻어 헌법상 총리의 지위를 지닌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청권을 가질 수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면 황교안 총리는 사퇴하고 이낙연 총리는 아직 국회 임명 동의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장관 후보자들은 누구의 제청으로 지명된 것일까?
총리대행이었던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제청이 있었다면 총리대행에게 과연 제청권이 인정될 수 있을 것인지 문제가 된다. 헌법상 총리의 제청권이 인정된 것은 대통령의 독선적 인사를 견제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서 국회의 동의를 거쳐 임명된 총리가 제청권을 갖도록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낙연 총리가 국회 동의를 받을 때까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며칠만 늦췄더라면 이런 문제는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각 인선을 서두름으로써 헌법적 문제를 일으키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검증의 부실이라는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부 후보자들과 관련하여 비리 의혹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은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새 정부가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보다 철저한 검증 이후에 내각 인선을 했어야 한다.
문 대통령이 당선과 동시에 취임하게 되어 정권 인수를 위한 준비가 부족했던 점은 국민도 잘 알고 있다. 총리와 장관 등의 인사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너무 의욕이 앞서서 인사를 서두르다가 검증 부실이라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보다는 찬찬히 치밀하게 준비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다.
더욱이 특정 후보자의 비리 의혹과 관련하여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제시했던 인사기준을 변경하거나 예외 인정을 요청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사전에 탄력적 적용을 이야기했다면 설득력이 있을 수 있지만 특정인을 위해서 기준을 바꾸는 것은 위인설관(爲人設官)과 다를 바 없다.
어쩌면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많은 일을 성취하고자 하는 의욕에 조급함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때로는 돌아가는 길이 빠른 길이며 더욱이 국정 운영은 대통령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대통령이 최고책임자이고 자신의 힘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행사하려 하더라도 국회의 이해와 협조, 그리고 국민의 지지 없이는 성공하기 어려운 것이다.
가장 유능한 대통령은 자신의 업무수행 능력이 뛰어난 대통령이 아니라 유능한 인재들을 많이 기용하여 활용하는 대통령이다. 인사 검증에서도 도덕성의 문제를 밝히는 것 이상으로 후보자들의 전문적 능력을 평가하고, 이를 국민이 납득하도록 하는 데 비중을 두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 분야에서 김동연 부총리 후보자와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각기 안정과 개혁의 측면에서 균형을 이뤄 그 나름대로 훌륭한 인선으로 꼽히는 것과는 달리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인선을 놓고는 편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장영수 객원논설위원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