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생산라인 구축-사업 다변화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사옥에서 열린 ‘SK이노베이션 2017 CEO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30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지금부터가 본게임”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12월 SK이노베이션 수장이 된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절반에 가까운 시간을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할애했다. 석유사업 중심의 기존 사업 구조를 배터리·화학 사업으로 확장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김 사장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앞으로 발주 단위가 달라질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할 것이고, 4차 산업혁명 시대 모빌리티 시장과 연계돼 수많은 사업 기회도 함께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의 윤예선 B&I 대표는 “올해 안에 유럽에 신규 배터리 공장 건설을 짓기 위해 헝가리, 체코 등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싼 동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안에 부지를 결정짓고 내년 하반기부터 배터리 셀을 본격 생산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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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유럽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폴크스바겐 등 전기차 선두업체들의 생산시설이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국내 다른 업체들은 이미 유럽에 진출했다. 삼성SDI는 29일(현지 시간) 헝가리 괴드 시에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준공식을 열었다. 헝가리 공장은 33만 m²(약 10만 평) 규모로 약 5만 대 분량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라인을 갖추고 있다. 양산 시기는 내년 2분기(4∼6월)부터다. LG화학도 4000억 원을 투자해 내년 하반기(7∼12월) 생산을 목표로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까지 가세하게 되면서 국내 3사 모두 한·중·유럽의 3각 생산라인을 구축하게 된 셈이다.
한편으로는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시장인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유럽 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중국 베이징전공, 베이징기차와 합작해 ‘베이징 BESK 테크놀로지’를 설립했다. 합작사가 세운 공장은 서산과 같은 셀 생산라인이 아니라 셀을 ‘팩’ 형태로 만드는 패킹 공장이다. 그나마 1월부터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사업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 대외적인 악재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신규 공장 건설을 앞당겨 반전을 꾀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2020년까지 생산량은 10GWh까지 늘리고 2025년 글로벌 배터리 시장 3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또 한 번 충전으로 500km를 갈 수 있는 배터리를 2018년까지, 700km까지 갈 수 있는 배터리는 2020년 초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