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관련 경총 직접경고 전말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 대해 공개 비판에 나선 것은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재계에 경고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이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일자리 대책에 대한 재계의 반발 기류를 그대로 두면 국정 동력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하는 등 일자리 대책에 가속도를 붙이려는 시점에 경총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재계가 새 정부 일자리 대책에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다.
특히 청와대가 문제 삼는 부분은 김영배 경총 부회장의 발언 중 “새 정부가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추진 정책을 발표한 이후 기업들이 매우 힘든 지경”이라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12일 취임 후 첫 현장방문으로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한 뒤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제로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경총은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된 구조를 지적한 원론적인 발언”이라며 청와대가 오히려 오해를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전날 김 부회장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민간부문까지 확산될 경우 기업 경쟁력과 일자리 창출 여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등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부정적 인식을 분명히 밝혔다.
재계에선 실제 일자리 정책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한 대기업 임원은 “파견을 받은 하청업체 직원까지 비정규직으로 봐야 하는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민간도 공공부문처럼 비정규직을 제로화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공 일자리 확대 정책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적지 않다. 이날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81만 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공약에 대해 “다른 재정 문제가 없는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국가 재정에서 걱정되는 것이 포퓰리즘과 국가 채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청와대가 재계를 향해 비판에 나선 것을 두고 앞으로 이어질 경제개혁 정책을 위한 주도권 확보 차원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이은택 기자
※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 25일 발언 요지
◇회사의 특성이나 근로자 개별 사정은 고려 않고 무조건 비정규직은 안 된다는 식은 현실적으로도 맞지 않다. 노동시장의 심각한 경직성도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주된 원인이다. 대기업 정규직의 과도한 임금 인상이 지속되면 임금 격차는 더 확대될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 간접고용 문제는 대기업 노사의 고통분담을 바탕으로 한 배려를 통해서만 해결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