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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냉혹한듯 따뜻한… ‘명장’ 김경문의 리더십

입력 | 2017-05-19 03:00:00


베테랑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NC 김경문 감독(왼쪽)과 팀 내 최고령 선수 이호준. 동아일보DB

프로야구 제9구단 NC는 창단 후 짧은 시간 안에 가장 성공한 팀으로 꼽힌다. 1군 진입 2년째인 2014년부터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단 하나 못 해본 게 우승이다.

창단 후 줄곧 NC를 이끌어 왔던 김경문 감독은 지난해 말 큰 결단을 내렸다. 이호준(41), 손시헌(37), 이종욱(37) 등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들을 2선으로 후퇴시키고,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기로 한 것이다. 1군 스프링캠프에는 이들 대신 신인이나 육성 선수들을 데리고 갔다.

17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길지 않은 시간에 좋은 팀이 됐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감독인 나도, 고참 선수들도 영원할 순 없다. 하지만 팀은 영원하다. 아픔이 있어도 강팀을 만들기 위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개막전 라인업은 지난해와 비교할 때 절반가량이 바뀌었다. 팀의 주포 에릭 테임즈는 메이저리그 밀워키로 떠났다. 전문가들은 리빌딩에 들어간 NC가 당분간 고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NC는 올해도 잘나간다. 16∼18일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패했던 두산을 상대로 2승 1패를 거뒀다. 18일 현재 24승 1무 15패(승률 0.615)로 2위다. 그런데 전력에서 배제됐다던 고참 선수들은 요즘 1군에서 맹활약 중이다. 이종욱은 톱타자로 나가고, 손시헌은 유격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호준은 앞으로 종종 지명타자로 출전할 예정이다. 서재응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이런 모습이야말로 김경문 감독님의 능력이자 카리스마”라고 평가했다.

고참 선수들의 기용법은 모든 팀이 고민하는 문제다. 고참을 중심으로 팀을 운영하자니 팀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고, 그들을 버리려 하면 분위기가 와해될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진심 어린 소통이다. 김 감독은 바로 그것을 해냈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떠나기 전 고참들을 따로 불러 식사를 함께하며 자신의 뜻을 정직하게 밝혔다. 그는 “너희들이 그동안 팀에 공헌한 점을 잊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안주하면 팀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2군에서 착실히 준비하고 있으면 다시 경쟁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선수들은 당장은 엄청난 좌절을 경험해야 했다. 섭섭함과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들은 또한 알고 있었다. 감독이 자신들을 정말 내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다시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젊은 선수들이 성장통을 겪고, 부상 선수들이 생기자 김 감독은 고참들을 차례차례 1군에 불러올렸다. 이호준은 가장 늦은 16일에 1군에 등록됐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2일부터 이호준을 1군에 동행하도록 배려했다. “1군에서 오래 떨어져 있어 적응이 힘들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김 감독은 “경쟁과 긴장 속에서 팀이 강해진다. 고맙게도 고참들이 내 생각을 잘 이해해 준 것 같다”고 했다. 요즘 NC는 베테랑과 신예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팀으로 거듭났다. 고참들이 지칠 때쯤이면 다시 신예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이호준은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다. “처음 전력에서 제외된다는 말을 들었을 땐 너무 속상하고 섭섭했다. 하지만 2군에서 후배들과 땀을 흘리면서 깨닫게 됐다. 팀이 빛나야 나도 빛나는 마무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감독님은 2군에 있는 우리를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셨다. 잠시나마 힘들어했던 스스로가 너무 부끄러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