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대통령
필리프 총리는 이번 대선 당시 공화당 경선에서 결선까지 올랐던 알랭 쥐페 보르도 시장의 ‘양아들’로 불리는 명실상부한 ‘쥐페 맨’이다. 20여 년간 꾸준히 쥐페 시장과 정치적 행보를 같이했고 이번 대선 때도 쥐페의 대변인을 맡아 도왔다.
이미 지난 주말 마크롱 대통령과 쥐페 시장이 만나 필리프를 총리로 임명하고 쥐페가 사실상 정부에 참여하는 내용의 합의를 했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정계는 발칵 뒤집어진 상황이었다. 14일 공화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그게 사실이라면 그건 577명 공화당 후보자들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고 흥분했다.
이날 인사는 마크롱 대통령이 11일 ‘전진하는 공화국’ 공천에서 사회당 출신 의원 24명을 공천하면서 사회당을 겨냥한 것에 이은 ‘정계 개편 후속타’로 분석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계속해서 “좌우를 뛰어넘는 정치 개혁을 이룰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가 11일 전체 공천 대상자 577명 중 428명만 발표해 135명(14명은 지난달 미리 발표)을 남겨놓은 것도 공화당 소속 의원들을 빼내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의 한 측근은 지난주 르몽드에 “우리는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영입하려는 게 아니라 우파 전체를 뒤흔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마크롱 대통령이 대선 승리 전부터 공을 들여 온 ‘쥐페계’ 20∼30명가량의 공화당 중도파 의원들이 대거 탈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11일 해리스 인터랙티브 여론조사에서 앙마르슈의 지지율은 29%로 사흘 전 같은 조사보다 3%포인트 오르고 공화당은 20%로 2%포인트 빠지면서 앙마르슈가 힘을 받고 있다. 당장 16일 이어질 내각 발표에 공화당과 사회당 현역 의원의 입각 가능성이 있다.
한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5일 베를린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만나 유럽 통합 증진과 양국 우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로써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총리직에 오른 이후 4번째 프랑스 대통령을 상대하게 됐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