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당선]뒷심 발휘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상당한 격차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난 뒤 서울 여의도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홍 후보는 “선거 결과를 수용한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홍 후보는 대권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한국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충격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향후 당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반면 부활 조짐을 보이는 친박(친박근혜)계가 홍 후보와 각을 세우며 목소리를 더욱 키운다면 당이 내홍에 빠지면서 홍 후보도 곤경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한 홍 후보는 자택에서 나와 여의도 한국당 당사로 가서 당 지도부 및 당직자 등을 만났다. 담담한 표정으로 “고생했다”며 짧게 인사를 주고받은 뒤 대표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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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 도전에는 실패했지만 홍 후보의 ‘개인기’가 좌초 직전까지 몰렸던 당을 구하는 데 역할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당 안팎에서 별 이견이 없다. “대선 후보를 내기도 어려울 것”이란 말까지 나왔던 한국당에서 홍 후보는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는 득표율 15%를 훌쩍 넘겼다.
이를 바탕으로 홍 후보는 한국당을 ‘홍준표당’으로 재편하려 나설 가능성이 크다. 홍 후보는 지난달 21일 “더 이상 추하게 당권에 매달리는 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분위기만 조성되면 6, 7월경으로 예상되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홍 후보 측 핵심 인사는 “내부적으로 당권 도전을 하나의 옵션으로 고려하는 것은 맞다”고 했다. 홍 후보가 직접 당 대표로 나서지 않더라도 ‘판짜기’를 주도하며 영향력을 키우려 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홍 후보를 뒷받침해줄 ‘세력’이 있느냐다. 홍 후보는 대선 도중 친박계를 끌어안았지만 아직 확실한 유대 관계는 형성하지 못한 상태다.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홍 후보가 워낙 ‘독고다이’(홀로 싸운다는 의미) 스타일이라 같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당분간 관망하며 다시 세력을 규합할 시간을 벌 것으로 보이지만 홍 후보와 친박계의 관계가 틀어지면 후폭풍이 몰아닥칠 수 있다.
일각에선 홍 후보가 6일 기습적으로 일괄 복당시킨 ‘바른정당 탈당파’가 뇌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후보 측은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 13명이 당내 기반이 약한 홍 후보를 도울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친박계는 탈당파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며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태도다.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벼룩도 낯짝이 있다”며 이들의 복당을 비판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홍 후보의 복당 결정을 겨냥해 “정치적 선언(에 불과하다)”이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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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우 niceshin@donga.com·송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