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오보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사과방송 어디에서도 오보라고 인정하지 않으면서 방송사상 최장시간의 사과를 한다는 건 비례가 맞지 않는다. 사과방송은 취재 기자에겐 잘못이 없다고 옹호하고 단지 게이트키핑이 부실했다고 주장했다. 박정훈 SBS 사장은 어제 사과담화문에서 “함량 미달의 보도가 전파를 탔다”면서도 “이 보도를 취재한 부서나 특정 개인을 비난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
▷뜨는 권력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문 후보 측이 SBS에 압력도 가하지 않고 그저 항의만 했다는데도 SBS는 오보도 아닌 단지 함량 미달의 기사에 최장시간 사과방송을 하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어제 사장 담화문을 통해 재차 사과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SBS가 진짜 방송을 하고 가짜 뉴스라고 사과했다”며 “SBS 사장과 보도본부장의 목을 다 잘라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내가 집권하면 종편 4개 중 2개를 없애버리겠다’고 한 말과 겹쳐 들린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