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임수/샤를로테 링크 지음·강명순 옮김/592쪽·1만4800원·밝은세상
추리소설은 보통 퍼즐 놀이하듯 읽게 마련이다. 책을 읽는 동안 범인이 누구인지 찾아낼 퍼즐 조각을 얻어내기 바쁘다. 이 책 역시 흔한 ‘의문의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은 추리소설이지만, 여느 책과 다른 점이 있다. ‘누가 범인인가’보다 범인을 찾아 헤매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는 거다.
여태껏 변변한 친구 한 명 없이 살아온 리처드의 딸 케이트, 알코올 의존증에 시달렸던 경찰 케일럽 헤일, 장애가 있는 동생을 돌보며 사는 여형사 제인…. 이들 모두 명석한 두뇌를 뽐내는 여느 추리소설 속 명탐정들과는 거리가 멀다. 남들 눈에 부족한 듯한 삶을 사는 세 사람은 각기 수사에 뛰어들어 저마다의 방식으로 답을 찾는다.
책은 1985년 ‘크롬웰의 꿈, 또는 아름다운 헬레나’로 데뷔하며 독보적인 역량을 보여온 독일 작가 샤를로테 링크가 썼다. 섬세한 심리묘사와 긴박감 넘치는 짜임새 덕분에 독일 내에서 팔린 그의 책만 모두 2500만 부에 달한다. ‘속임수’ 역시 2015년 독일에서 발간된 뒤 슈피겔이 집계한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