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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푸치니의 ‘이상한 노스탤지어’

입력 | 2017-04-04 03:00:00


푸치니

푸치니 오페라 ‘외투’는 파리 센 강의 바지선 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선장의 아내인 조르제타의 노래 중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파리 교외의 아름다운 마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내 꿈은 달라요(‘E ben altro il mio sogno)’입니다.

곡의 클라이맥스에서 조르제타는 고향 마을을 떠올리는 마음이 ‘이상한 노스탤지어(strana nostalgia)’라고 외칩니다. 평범하다면 평범한 가사이지만, 이 부분은 들을 때마다 그야말로 ‘이상하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푸치니 자신이 평생 ‘이상한 노스탤지어’를 간직했던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푸치니를 만나본 사람은 너나없이 그가 사교적이고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지만, 정작 푸치니 자신은 사람을 두루 만나기를 피곤해했고 소수의 친한 사람들과만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중에는 자신의 집이 있었던 호숫가 마을 토레델라고의 사냥꾼들과 화가들이 있었습니다.

이 사람들은 이 유명한 작곡가가 유쾌하고 명랑하다가도 어느 순간 이유 없이 먼 데를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이곤 했다고 훗날 회상했습니다. 푸치니 자신도 “나는 멜랑콜리의 거대한 짐을 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수수께끼 같은 멜랑콜리 또는 노스탤지어는 그가 작곡가로서 사랑받는 동력의 큰 부분이 되었습니다.

푸치니는 대본작가들에게 갖가지 주문이 많았습니다. 이미 완성된 장면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고치도록 요구하거나, 심지어 자기가 먼저 써놓은 멜로디에 가사를 붙이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외투’에 나오는 조르제타의 아리아에도 그가 자신의 기질을 나타내는 ‘이상한 노스탤지어’를 넣어 달라고 요구했을 것입니다.

국립오페라단이 6∼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푸치니의 이 ‘외투’와, 같은 시대 작곡가인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를 공연합니다. 둘 다 짧은 작품이므로 다른 오페라와 묶어 공연하는 일이 많습니다. 두 작품은 내용도 비슷합니다. 아내가 젊은 남자와 바람피우는 것을 알게 된 남편이 복수하는 내용이죠. 무대 위에서 여러 주인공이 쓰러질 겁니다. 끔찍하지만 두 눈 크게 뜨고 보아야죠. 예술의 이름으로.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