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택동 정치부 차장
이 전 감찰관이 사표를 낸 것은 지난해 8월이었고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10월 말이었기 때문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전 감찰관의 후임을 임명할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더욱이 특별감찰관법에는 “특별감찰관이 결원된 때에는 30일 이내에 후임자를 임명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후임자를 임명하기 위해선 먼저 국회가 후보자 3명을 대통령에게 추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전 감찰관 퇴임 이후 국회가 후임자를 논의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감찰관실 창설의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도 국회에 후임자 추천을 요청하지 않았다. 정치 상황이 복잡해지면서 박 전 대통령이나 정당이나 감찰관을 ‘계륵’ 정도로 여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특별감찰관실은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그렇다고 꼭 감찰관실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감찰관이 있어도 대통령 측근의 비리는 막지 못했다. 검찰, 경찰, 감사원, 대통령민정수석실 등 대통령 주변을 감찰하고 수사할 수 있는 기관은 충분하다.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이 신설을 주장하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도 마찬가지다. 공수처는 검찰 개혁이라는 측면과 대통령 친인척·측근 비리 방지라는 두 가지 차원에서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검찰 개혁은 별론으로 하고, 대통령 주변의 비리를 막기 위해서라면 기관을 또 만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통령 친인척·측근 비리 척결은 오로지 대통령의 의지에 달린 문제다. 박 전 대통령은 비리를 막기 위해 친동생들과의 교류마저 단절했지만 최순실 씨만은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고 했다. 그게 박 전 대통령 몰락의 근본적 원인이 됐다. 단 한 곳의 빈틈도 용납되지 않는다.
한 고위 공무원은 “벌써부터 다음 정권에서 중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공직자 주변에 사람들이 몰린다”고 했다. 나중에 승진이나 이권을 부탁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일개 공직자에게도 이런데 대선 주자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을까.
다음 대통령의 성패도 여기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 정권 창출의 공신들에게 ‘배신자’라는 손가락질을 받더라도, 가족들에게 ‘냉혈한’이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결연한 의지로 무장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주변을 바라보며 “저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또는 “이 정도는 해줘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갖는 순간 그 정권의 위기가 시작될 수 있다.
장택동 정치부 차장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