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2만7000달러로 10년째 3만 달러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한국은행이 어제 발표한 ‘2015년 국민계정 확정 및 2016년 국민계정 잠정’ 결과다. 3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가 2016년이면 1인당 GNI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인 ‘30-50클럽’에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이어 7번째로 속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1인당 GNI는 2만7561달러(약 3198만4000원)로 전년보다 1.4%(390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유는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조선, 석유화학, 철강, 정보기술(IT)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수출과 투자, 소비 등이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잠재성장률이 3%대 중반으로 추락했음에도 정부는 서비스산업 등 신성장 산업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는 구조개혁을 해내지 못했다. 2만 달러를 일찌감치 달성한 유럽이나 북미, 오세아니아 등에서 과감한 경제개혁과 규제완화, 노사문제 해결을 통해 성장잠재력을 이끌어내고 강점 분야에 자원을 집중시킨 것과 대조적이다.
잠재성장률이 2%대에서 맴도는 지금, 한국이 3만 달러 시대에 진입하려면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며 경상수지 흑자 등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 문제는 앞으로도 잠재성장률이 상승세로 돌아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가계는 노후 불안으로 지갑을 닫고, 기업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투자를 꺼리면 일자리가 줄고, 다시 성장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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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호만 ‘성장’이지 속내는 경제민주화나 분배정책에 가깝다. 이런 정책으로는 그나마 남은 성장의 불씨마저 꺼뜨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노동·공공·금융·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만 잘해도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대선 주자들은 퍼주기에 더 신경 쓴다. 여기서 성장이 멈춘다면 3만 달러가 아니라 2만 달러도 지키지 못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