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구진 새 ‘공룡족보’ 제시… “헤레라사우루스는 공룡이 아니다”
헤레라사우루스의 얼굴 뼈. 고르지 않고 삐뚤빼뚤하게 자란 치아는 헤레라사우루스가 초식과 육식을 아우르는 잡식성 동물이란 것을 방증한다. 위키미디어 제공
이런 주장이 실린 것은 유명 학술지 ‘네이처’ 23일자다. 매슈 배런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팀은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과 함께 74종 초기 공룡의 골격구조를 조사했다. 그 결과 헤레라사우루스의 치아 구조나 식성이 파충류인 공룡보다는 소형 포유류에 가깝다는 결론을 냈다.
공룡은 악어, 익룡과 함께 조룡류(鳥龍類)를 조상으로 둔다. 1887년 영국 과학자가 골반의 형태에 따라 공룡을 도마뱀을 닮은 용반목(龍盤目·Saurischia)과 조류를 닮은 조반목(鳥盤目·Ornithischia)으로 분류한 뒤 1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분류법을 써 왔다.
헤레라사우루스는 공룡 가족을 잃었지만 조반목 공룡들은 없던 자식이 생겼다. 폴 배럿 자연사박물관 교수는 “전통 분류법에서는 조반목의 혈통이 2억 년 전에 끊겼지만, 새 족보로 분류하면 수각아목이 조반목의 혈통이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새 족보가 정설로 자리 잡으면 공룡의 역사도 새로 쓰인다. 지금까지 공룡은 지구 남반구에 있던 고대 대륙 ‘곤드와나’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져 왔다. 헤레라사우루스의 화석이 발견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헤레라사우루스가 공룡이 아닌 것으로 분류되면 혈통의 시작점은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북반구 고대륙 ‘로라시아’가 된다.
배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공룡 진화의 역사에 대한 재조사를 시작할 ‘신호탄’”이라며 “본격적으로 공론화되면 기존 공룡의 정의와 기원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예슬 동아사이언스 기자 ys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