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달을 쏘다’ ‘스모크’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에서 윤동주(온주완)가 참담한 현실에 고뇌하는 모습(첫번째 사진). ‘스모크’에서 이상의 시가 무대를 가득 채운 가운데 세 등장인물인 초, 해, 홍이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서울예술단·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서시’ ‘참회록’ ‘십자가’ 등 시 8편은 서정적인 영상이나 여백이 있는 장면들과 함께 독백 혹은 낭송으로 흘러나온다. 곡을 붙이지 않고 시를 있는 그대로 음미하게 만든 점이 돋보인다. 그래서 더 담백하고 더 절절하다.
‘윤동주…’가 시인의 삶을 사실대로 그린 작품이라면 ‘스모크’는 이상의 작품과 삶을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냈다. 시를 쓰는 남자 ‘초’(김재범 김경수 박은석)와 그림 그리는 소년 ‘해’(정원영 고은성 윤소호)는 바다를 보러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미스코시백화점 딸 ‘홍’(정연 김여진 유주혜)을 납치한다. 홍은 몸과 마음 모두에 고통을 지닌 여인이다.
작품은 한마디로 이상의 시 같다. 이야기가 한 단계씩 전개되고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는 과정은 분열된 자아를 표현한 이상의 작품 속으로 한 걸음씩 들어가는 듯하다. 잘 짜여진 퍼즐을 보는 듯 흥미롭고 신선하다. 실력 있는 배우들의 연기는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다.
이상의 삶과 작품에 대해 자세히 알수록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이상이 신문에 ‘오감도’를 연재하다 독자들의 빗발치는 항의로 중단해야 했고, 반일 지식인 혐의로 34일간 옥살이를 했으며 죽음의 문턱에서 멜론을 먹고 싶다고 말했던 일화 등을 녹였다. 시 ‘오감도’ ‘거울’ ‘건축무한육면각체’를 비롯해 소설 ‘날개’ 등의 구절이 등장한다. 극의 막바지에 이상의 시가 영상으로 벽면을 가득 채우는 장면은 찡한 여운을 남긴다. 5월 28일까지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2관. 3만∼6만 원. 02-2638-2872 ★★☆(별 다섯 개 만점)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