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극우성향 女의원 악셰네르… 에르도안에 맞서 개헌저지 앞장 탄압에도 SNS 통해 지지세 확산
터키의 독재자로 불리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63)이 ‘터키의 마린 르펜’에게 덜덜 떨고 있다. 지난해 7월 군사 쿠데타 진압 후 대대적 숙청을 끝낸 에르도안을 위협하는 이는 극우 여성 정치인 메랄 악셰네르 의원(60·사진)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악셰네르가 현행 의원내각제에서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다음 달 16일 실시)를 무산시킬 와일드카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악셰네르는 민족주의 신념을 거칠게 표현하며 지지층을 결집시킨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그를 “르펜처럼 타협하지 않는 국가주의자”라고 평가했다. 악셰네르는 내무장관 출신으로 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 소속이다. 하지만 에르도안에게 굴복한 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개헌 국민투표를 지지하라”고 명령하자 이를 거부하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에르도안의 철저한 언론 통제로 악셰네르의 활약상이 해외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최근 터키에선 지지세가 확산되고 있다. FT는 “악셰네르가 최근 국민적 지지를 얻으며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치 도박에 가장 큰 위협이 됐다”고 전했다.
독재자 대통령에게 맞서는 악셰네르의 앞길은 순탄치 않다. 최근 그의 연설이 열릴 예정이던 터키의 한 호텔에선 갑자기 전기가 끊겼다. 그를 보기 위해 몰려든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교통 통제와 도로 폐쇄 탓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정치 모임은 알게 모르게 취소되고 집회도 금지되고 있다.
악셰네르는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한 연설에서 “수년간 정계에 몸담았고 이런 핍박은 허다했다”며 “외압을 받으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더욱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