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전 4세기 무렵 유물 군산서 출토
전북 군산시 선제리에서 발굴 조사된 적석목관묘 내부 모습(위 사진). 목관 주변을 둘러싼 돌들 사이로 검파형 동기와 세형동검이 보인다. 아래 사진은 보존 처리를 마친 출토 유물들. 칼자루 모양의 검파형 동기 2점(가운데)을 중심으로 양옆에 세형동검이, 그 위로 원형덧띠토기가 놓여 있다. 검파형 동기 사이에 있는 푸른색 목걸이는 환옥이다. 전북문화재연구원 제공
고분에 묻힌 검파형 동기가 정식 발굴에 의해 출토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껏 대전 괴정동과 충남 아산시 남성리, 예산군 동서리 3곳에서만 확인된 검파형 동기는 발굴이 아닌 주민 신고로 수습돼 정확한 출토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다. 학계는 중국 동북지방에서 유입된 청동기 문화가 토착화를 거쳐 금강 유역으로 확산됐음을 보여주는 핵심 자료로 평가하고 있다.
12일 문화재청과 발굴기관인 전북문화재연구원에 따르면 군산 선제리 농가 창고 신축을 위한 발굴조사에서 기원전 4∼기원전 3세기 무렵 지은 적석목관묘(바닥과 나무관 주변을 돌로 쌓은 무덤)를 발견했다. 길이 219cm, 너비 64cm, 깊이 54cm의 무덤 내부에선 검파형 동기 3점을 비롯해 세형동검 8점, 청동도끼, 청동새기개, 청동끌 각 1점 등 다양한 청동 유물이 나왔다. 이 밖에 검은간토기(흑색마연장경호·黑色磨硏長頸壺)와 원형덧띠토기(원형점토대토기·圓形粘土帶土器), 환옥 131점도 묻혀 있었다.
광고 로드중
가운데가 두 동강 난 검파형 동기들. 사진제공=전북문화재연구원
검파형 동기 상단부. 테두리를 따라 빗금과 점선무늬가 이중으로 새겨져 있다. 사진제공=전북문화재연구원
검파형 동기 하단. 새끼줄을 꼰 모양의 원형 고리가 보인다. 사진제공=전북문화재연구원
학계는 검파형 동기와 함께 발견된 원형덧띠토기와 검은간토기의 양식이 중국 랴오닝(遼寧) 지역 정자와쯔(鄭家窪子) 유적 출토품과 닮았다는 점에서 중국 동북지역 청동기 문화가 이곳까지 유입된 걸로 보고 있다. 최병현 숭실대 명예교수는 “선제리 청동기는 랴오닝 지방의 원형덧띠토기 문화와 연속된 성격을 띠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정자와쯔 유적에서 발견된 제의용 청동기는 원개형(圓蓋形) 동기 등일 뿐, 검파형 동기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건무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검파형 동기는 한국식 세형동검과 더불어 청동기 문화의 한국화를 보여주는 대표 유물”이라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