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팔리는 TV 중 상당수가 UHD(4K)급 제품이다. UHD는 3,840 x 2,160의 화면 해상도를 갖추고 있어 기존의 풀HD(1,920 x 1,080 해상도) 대비 4배 더 정밀한 화질을 감상할 수 있다.
다만 UHD급 TV는 이미 나와있는데, 이를 통해 지상파 UHD 방송은 볼 수 없다. 이달 말 즈음으로 예정되었던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UHD 본방송이 5월 31일로 연기되었다. 게다가 본 방송이 시작된다 하더라도 현재 시장에서 팔리는 UHD TV로는 지상파 UHD 방송을 바로 볼 수 없다. 국내 표준으로 정해진 ATSC 3.0(일명 북미형) 규격의 수신 장치가 달려있지 않기 때문이다. ATSC 3.0를 지원하는 UHD TV는 빨라도 3월 즈음부터 나올 것 같다. 기존 UHD TV에서 지상파 UHD 방송을 보려면 별도의 수신장치(셋톱박스, 컨버터)를 달아야 한다.
지상파 UHD 본방송 연기, 수신용 TV 출시 지연에도 업계는 ‘느긋’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에 관한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은 것 같다. 일반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방송 관계자, TV제조업체, IT전문가들이 지상파 UHD 방송의 본격적인 개화가 늦어진다고 걱정을 하거나 불안감을 호소하는 것 같지 않다. 2000년대 초에 지상파 디지털 방송을 ATSC(일명 미국식)으로 하느냐, 혹은 DVB(일명 유럽식)으로 하느냐를 두고 사회적인 갈등까지 빚어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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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의 UHD IPTV 서비스(출처=IT동아)
또한, 굳이 지상파가 아니더라도 UHD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대안이 충분할 정도로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KT나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의 IPTV 사업자들, 그리고 CJ헬로비전, 딜라이브(구 CNM) 등의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UHD 방송 서비스를 출시,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유튜브 등의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를 통하여 UHD 콘텐츠를 즐기는 방법도 있다.
지상파 UHD 미지원 TV를 사는 것을 말리지 않는 이유
KBS, MBC, SBS 등은 여전히 방송 시장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요 방송사라는 점을 이용한 영향력,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콘텐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들의 콘텐츠를 배급하기 위한 주요 매개체였던 지상파 자체의 경쟁력은 눈에 띄게 약해진 점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콘텐츠의 배급 방법에 의존하기 보다는 콘텐츠 자체의 품질을 높이는 것이 향후 방송 시장의 승부처가 될 것이다.
IT 매체에서도 예전 같으면 TV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지상파 UHD 수신 기능(ATSC 3.0)이 탑재되어 있는지 꼭 확인하고 구매하자' 라고 말했을 것 같은데, 요즘 같은 상황에선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나 싶다. 지금 팔리고 있는 ATSC 3.0 미지원 UHD TV도 케이블이나 IPTV 서비스 등을 통해 얼마든지 UHD 방송을 볼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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