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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黃 대행 ‘규제개혁 TV 쇼’ 대선 주자 홍보행사인가

입력 | 2017-02-23 00:00:00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어제 정부서울청사에 중소상공인과 일반 국민 100여 명을 초청해 ‘터놓고 이야기합시다! 규제개혁 국민토론회’를 개최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3월부터 작년 5월까지 5차례 개최한 민관합동 규제개혁 점검회의의 ‘황교안 버전’이다. 중소상공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 황 대행과 부처 수장들이 밝힌 규제개혁은 막걸리 통신판매 규제 완화, 반찬가게 조리시설 관련 규제 완화, 장애인 안내견의 공공장소 출입 규제 완화 정도였다.

규제개혁은 황 대행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정책이다. 공직자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데 시비를 걸 사람도 없다. 그러나 어제 황 대행은 서비스업 규제나 수도권공장총량제 같은 핵심 규제에 대해 한마디도 안 했다. 규제의 뿌리를 건드릴 의지도, 수단도 없다는 뜻이다. 황 대행이 한 주류 제조업자가 권한 막걸리를 받아 마시고 “상큼하다”고 품평하는 ‘친서민 행보’를 전국에 생중계한 것은 전파 낭비에 불과하다. 그러니 정부 내에서조차 ‘대선 주자 황교안’을 띄우는 홍보행사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는 것이다.

황 대행은 어제 공무원들 앞에서 “개혁의 부작용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지만 현실을 알고 말하는지 의문이다. 규제의 칼자루를 쥔 공무원들은 복지부동이고, 상당수 공무원은 차기 정부에 줄을 대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어제를 ‘규제개혁 국민소통 한마당의 날’이라고 마음대로 정한 국무조정실이 ‘7000여 건의 규제를 풀어 17조4000억 원의 경제효과를 냈다’는 홍보자료를 내놓았으나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많지 않다.

국민이 지금 황 대행에게 원하는 것은 국가안보와 글로벌 경제 변동에 대한 위기관리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대해 ‘중국에서 떠나라’고 압박하고, 미국 트럼프 정부는 모든 자유무역협정(FTA)을 재검토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면 황 대행은 예정된 국민토론회라도 취소했어야 옳았다. 그 정도 고려도 없이 대선 출마 여부조차 밝히지 않은 황 대행의 ‘TV 쇼’는 국민을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