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엔 ‘은행가 포’란 캐릭터가 나온다. 보들레어가 유산관리자인데 답답하기 그지없다. 나쁜 놈은 아닌데, 애들도 안 믿는 올라프의 뻔한 속임수에 줄곧 당한다. 극단적 무능력의 화신. 심지어 삼남매조차 “심성은 착하지 않냐”며 자위한다.
그를 보노라면 국정 농단 관련자들이 떠오른다. 주야장천 “몰랐다”만 되뇌던 이들. 범죄를 감추려 뻔뻔스레 미숙자를 자처했다. 포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자기 안위와 권세에 몰두하느라 타인의 고초는 관심 밖이었겠지. 능력 없으면서 책임도 안 지는 건 최악의 탐욕이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