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서 정치적 메시지 쏟아져
“고엽제 대통령!” “다코타 송유관 반대!”
12일 밤(현지 시간) 열린 제59회 그래미상 시상식마저 결국 ‘반(反)트럼프’ 구호로 물들었다. 지난달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이어 그래미 역시 정치적 메시지가 수를 놓으면서 26일 아카데미상 시상식과 그 이후 대중문화계와 트럼프 간의 ‘문화전쟁’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 반(反)트럼프 구호가 수놓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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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제니퍼 로페즈는 신인상 시상자로 나와 “지금이야말로 아티스트들이 움직여야 할 때”라는 흑인 작가 토니 모리슨을 인용함으로써 반트럼프 운동을 우회적으로 부추겼다. 고 마이클 잭슨의 딸인 패리스 잭슨은 무대에 올라 “우리는 이렇게 신나는 일을 송유관 반대 목소리에 이용할 수 있다”면서 “#NoDAPL!(다코타 송유관 반대 해시태그를 SNS에 올려달라)”이라고 외쳤다. 다코타 송유관은 환경문제를 들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건설을 승인하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최근 추진키로 해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팝스타 케이티 페리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으로 지원금 중단 위기에 놓인 ‘미국 가족계획연맹’ 배지를 달고 나왔다. 그는 축하 무대 위에 미국 헌법 서문에 적힌 ‘위 더 피플(We the People)’이란 메시지를 띄웠다. 힙합 그룹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와 래퍼 버스타 라임스는 무대에 가설된 벽을 깨부수는 퍼포먼스를 펼치며 “미국 전체에 악행을 지속시켜 준 것과 무슬림 금지를 위한 실패한 시도에 대해 ‘고엽제 대통령’께 감사한다”고 한 뒤 노래 말미에 “저항하라!”를 네 차례 연호했다. 비욘세도 최우수 어번 컨템퍼러리 앨범 수상 소감에서 “우리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 아델이 독식한 주요 부문 트로피들
수상 내용에서는 영국 가수 아델이 미국의 비욘세를 압도했다. 두 사람은 올해의 노래, 레코드, 앨범의 주요 3개 부문에서 격돌했는데 아델이 앨범 ‘25’와 수록곡 ‘Hello’로 트로피를 전부 쓸어갔다. 아델은 최우수 팝 솔로 퍼포먼스 등 총 5개 트로피를 챙겨 이날 최다 수상자가 됐다. 비욘세는 최우수 어번 컨템퍼러리 앨범과 뮤직비디오의 2개 부문 수상에 그쳤다. 지난해 고인이 된 데이비드 보위의 유작 ‘Blackstar’도 최우수 얼터너티브 앨범 등 5개 트로피의 주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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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무대에서는 비욘세가 쌍둥이를 임신한 만삭의 배를 드러내며 성화(聖畵) 속 성녀로 분장하고 나와 인상적인 공연을 펼쳤고, 아델은 조지 마이클의 ‘Fastlove’를, 브루노 마스는 프린스의 ‘Let‘s Go Crazy’ 등을 부르며 지난해 떠난 음악계 별들을 기렸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