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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만 前 공참총장 “6·25때 훈련기에 폭탄 싣고 작전 나가”

입력 | 2017-01-26 03:00:00

‘한국전쟁 100회 출격’ 김두만 前 공참총장 평전 출간




2015년 6월 23일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이 국산 전투기인 FA-50에 탑승한 모습. 6·25전쟁 당시 한국 공군 조종사 최초로 100회 출격을 기록해 ‘공군의 전설’로 불리는 그는 이날 88세의 고령에도 FA-50을 직접 조종하며 비상했다. 공군 제공

 “정찰비행 도중 내려다본 최악의 장면은 뱀처럼 긴 행렬을 이뤄 내려오는 북한군 T-34 탱크들이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항공 징비록’ 중)

 6·25전쟁 당시 한국 공군 조종사 최초로 100회 출격 기록을 달성한 ‘6·25전쟁 영웅’ 김두만 전 공군참모총장(90)이 개전 초기 상황을 떠올리며 한 말이다. 당시 우리 공군이 보유한 전투기는 ‘0’대. 연락기와 훈련기 등 항공기 22대로 소련제 전투기 등 항공기 226대로 무장한 북한군과 결과가 뻔한 전투를 해야 했다. 김 전 총장은 “개전 초기 F-51D 전투기 10대만 보유했더라도 우리 군이 공포감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웠던 심경을 밝혔다.

 ‘공군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김 전 총장을 심층 인터뷰해 완성한 평전 ‘항공 징비록’ 출판기념회가 25일 서울 공군회관에서 열렸다. 김덕수 공주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가 2015년 1월부터 16개월간 2주마다 한 번에 4, 5시간씩 김 전 총장을 인터뷰해서 집필했다.

 평전이지만 개인사만 다룬 것은 아니다. 1세대 공군 조종사였던 김 전 총장이 전하는 6·25전쟁 전후 이야기에 대한민국 근현대사, 공군사를 꼼꼼히 버무렸다. 공군 역사자문위원이기도 한 김 교수는 김 전 총장 증언과 ‘공군사’ ‘항공전사’ 등을 비교했고, 집필 후엔 역사학계 전문가와 공군역사기록관리단의 검증을 거쳐 객관성을 높였다.

 이 책에는 김 전 총장이 1950년 6월 27일 T-6 훈련기에 소형 폭탄 10발을 장착한 뒤 문산철교(경기 파주시) 폭파 작전에 나섰다가 실패한 이야기도 나온다. 당시 연락기 L-5 조종사였던 김 전 총장에게 불과 1시간가량 T-6 조종 연습을 시킨 뒤 곧바로 작전에 나가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로 공군의 열악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다. 같은 해 10월 2일 김 전 총장이 미군이 지원해준 F-51D를 타고 첫 전투기 출격에 나선 이야기, 북한군 후방 보급로 요충지였던 평양 승호리 철교 폭파 작전을 우리 공군의 단독 출격으로 성공시킨 이야기도 세세히 나온다.

 1952년 1월 11일 금강산 일대 적 보급기지를 파괴하는 비행 임무를 완수한 뒤 귀환하자 동료들이 ‘대한민국 공군 최초의 100회 출격’이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목말을 태워준 이야기도 담았다. 당시 그는 “조종복을 입고 조종석에 앉으면 그때부터는 무념무상이다. 오직 할 일은 그것뿐”이라는 소감을 남겼다.

 김 전 총장은 “개인 치적이 아닌 조국의 영공 수호에 목숨을 걸었던 제1세대 항공인들과 역사에 관한 책”이라며 “항공인들의 피땀으로 일궈낸 대한민국과 공군을 정확히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손효주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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