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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뇌물죄 인정 안돼도 朴대통령 형사처벌 문제 없어”

입력 | 2017-01-20 03:00:00

[이재용 영장 기각]특검 “흔들림 없이 수사 진행할 것”




퇴근하는 박영수 특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19일 오후 8시 30분경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나온 박영수 특별검사가 어두운 표정으로 승용차에 오르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법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직후인 19일 오전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실망한 기색이었다. 특검은 “구속영장이 꼭 발부될 것으로 낙관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영장 기각이 향후 수사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특검은 2월 초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 이전에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보강하기 위한 조사를 할 방침이다.

○ “박 대통령 형사처벌 가능성 줄어든 건 아니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것은 특검과 피의 사실에 대한 법적 평가에서 ‘견해차’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법원의 영장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수사 초기부터 삼성이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61·구속 기소) 모녀에게 지원한 돈의 ‘대가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특검팀 파견 검사 가운데 특별수사 경험이 가장 많은 윤석열 수석파견검사와 한동훈 부장검사에게 이 수사를 맡긴 것도 대가 관계를 확인해 박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려던 목적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박 대통령과 최 씨가 삼성의 경영권 승계에 도움을 주고 그 대가로 이 부회장에게 ‘뇌물’을 요구해 받았다”는 특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 대통령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연결 고리로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하려던 특검의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된 것.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제3자 뇌물죄’의 핵심 요건인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 부장판사가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특검이 뇌물을 받았다는 박 대통령과 최 씨를 조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점도 특검으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특검 안팎에선 이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정 농단 사건에 대한 비판적 여론을 감안할 때 특검이 박 대통령을 뇌물죄로 처벌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또 특검이 뇌물죄 적용의 법리적 논란이 많은 사실을 알면서도 구속영장 청구 절차를 통해 법원에 판단을 맡겨 부담을 덜려고 했다는 분석도 있다.

 법조계에선 만약 박 대통령의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박 대통령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뇌물 혐의 외에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고, 최 씨에게 청와대의 기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 수사에 앞서 검찰은 박 대통령이 최 씨와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58·구속 기소)의 공범(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이며,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의 공범(공무상 비밀누설)이라고 밝혔다.

 또 특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뇌물죄에 대한 법리적 논란이 있지만 박 대통령이 이 부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에게 최 씨 모녀 지원이나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요구하며 압박한 자체가 질이 나쁜 범죄”라고 말했다.

○ “다른 대기업 수사 차질 불가피” 

 특검이 박 대통령의 뇌물 혐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대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혐의 입증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던 삼성에 대한 수사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에 다른 대기업 수사도 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그동안 SK와 롯데, 부영 등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내거나 최 씨 측에서 돈을 요구받은 기업들에 대한 수사 확대를 공언해왔다.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브리핑에서 “다른 기업에 대한 수사는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따라 특검은 향후 두 재단이나 박 대통령과 최 씨 측에 돈을 건넨 다른 대기업 총수들을 입건하거나 기소하려고 할 경우 지금까지보다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장관석 jks@donga.com·허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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