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 정책사회부 차장·의사
실제로 얼마 전 서울 강남의 한 병원에 근무하던 의사가 대장수면내시경 검사를 하면서 잠든 여성 환자 3명의 신체 부위에 손가락을 넣는 등 성추행을 해 크게 기사화되기도 했다. 또 대통령 ‘비선 진료’로 태반, 신데렐라 등의 주사제를 박근혜 주사, 길라임 주사 등으로 대놓고 상업 광고하는 병원이 늘었다는 기사가 나와 국민들이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많은 의사들이 의사라는 직업에 대해 자괴감에 빠져 있다. 의사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전에 없이 바닥에 떨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국민들은 의사들이 최고의 윤리를 가진 집단이 되길 희망하며 아플 때 본인의 몸을 기꺼이 믿고 맡긴다.
의사윤리지침엔 기존 30여 개에서 10개 항이 더 늘어난 40여 개의 지침이 들어가 있다. 내용도 진료에 있어서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임상진료에 있어서 의사의 윤리적인 기준이 더욱 강화됐다. 말 그대로 국민들이 원하는 의사상으로 내용들이 채워져 있다.
특히 의사윤리지침 내용엔 개인정보 누설에 대한 것이 기존 2가지 항에서 5가지 항으로 자세히 기술됐다. 여기를 보면 무엇보다 의사는 그 직무상 알게 된 환자의 비밀을 보호하라고 돼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이 고 백남기 씨의 개인정보를 불법으로 살펴본 병원 의료진 60여 명에게 경고 등과 같은 징계를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의사나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정도의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경우엔 환자의 비밀을 제3자에게 알릴 수 있도록 했다. 이번에 비선 진료 때문에 큰 논란이 됐던 박근혜 대통령처럼 사회적인 관심의 중심이 된 공인인 경우엔 환자 비밀보호의 예외를 두는 규정도 생각해볼 일이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 간의 무너진 신뢰는 의사윤리강령이나 지침을 바꾸거나 추가하는 것만으로 다시 쌓이지 않는다. 스스로의 살을 깎는 윤리적인 실천이 뒷받침돼야 한다.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의사들을 의협 홈페이지에 실명을 노출시키고 징계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행히 지난해 11월 21일부터 의협과 보건복지부가 비윤리적인 의사들에 대한 자율정화와 자율규제를 통해 국민들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광주, 울산, 경기 등 3개 권역에서 전문가평가제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의협의 중앙윤리위원회에서 징계 양형을 결정해 복지부에 전달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복지부가 그대로 행정처분을 할 방침이다. 의협은 정부에 징계권을 넘겨 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의사들 스스로 자신들의 권위를 지킬 제도인 만큼 잘 정착되길 바란다. 이번이 아니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