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방송이 시작된 1980년 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는 10.6건으로 1970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신군부의 정권 탈취로 정치·사회 상황은 암울했지만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선남선녀들의 웨딩마치는 어느 때보다 많이 울려 퍼졌다. 경제도 1980년 한 해 마이너스 성장한 것을 빼고는 ‘3저 호황’의 훈풍을 타고 1980년대 내내 성장률 두 자릿수를 오르내렸다. 이후 경제와 혼인건수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걷는 비운의 공동운명체가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2017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혼인세액 공제를 신설했다. 내년부터 연봉 7000만 원 이하 근로자가 결혼하면 세금을 최대 50만 원 깎아주는 것이다. 맞벌이 두 사람의 연봉이 합산 1억4000만 원인 신혼부부는 결혼 선물로 세금을 최대 100만 원 돌려받는다. 기재부 측은 거실용 TV 한 대 값을 정부가 대주는 셈이라고 생색을 냈다. 그 덕분에 결혼 건수가 늘고 TV를 보면서 2세 계획까지 세운다면 인구도 늘어날 것이므로 ‘1석 2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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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논설위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