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맞아야 내년 2차도 무료… 개인 부담땐 백신값 30만~36만원 정부 “불임 등 부작용 사실무근”
방학을 앞둔 초등학교 6학년 딸에게 자궁경부암 무료 백신을 맞히려는 주부 강모 씨(40)를 다른 학부모가 뜯어말렸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안 봤어요? 그 주사 맞으면 부작용 때문에 임신을 못할 수도 있대요.” 강 씨는 산부인과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백신을 맞아도 괜찮다”는 답을 들었지만 불안감이 가시질 않았다.
만 12, 13세(2003년 1월∼2004년 12월생) 여성 청소년에게 자궁경부암 무료 예방접종을 실시한 지 6개월이 넘었지만, 강 씨처럼 접종을 꺼리는 학부모가 많아 접종률이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무료 접종 대상 46만4932명 중 이달 20일까지 1차 접종을 마친 청소년이 18만3461명(39.5%)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출생연도별로는 중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2003년생의 참여율이 43.8%, 초등학교 6학년인 2004년생이 35%에 불과했다.
일부 학부모들의 불안은 해외 사례에서 비롯됐다. 미국 일본 등 일찍이 무료 예방접종 사업을 시행한 나라에서 일부 여성 청소년이 접종 후 보행 장애와 난소 부전 등 증상을 보인 것에 대해 “국가가 놓아주는 주사를 맞으면 걷지도 못하고 임신도 할 수 없게 된다”는 주장이 SNS를 통해 급속히 퍼졌고, 일각에서는 “정부와 제약회사가 유착해 아이들의 건강을 해친다”는 ‘음모론’까지 제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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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경부암은 자궁 입구가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돼 발생하는 악성종양으로, 매년 4000여 명의 환자가 새로 생기고 900여 명이 사망한다. 여성이 걸리는 암 중 발병률은 7위, 사망률은 9위에 해당하며 뒤늦게 발견하면 완치가 어렵지만 백신을 맞으면 발병 가능성을 10% 아래로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