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의 눈물, 그 이후]레슬링 동메달 김현우
20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레슬링 동메달리스트 김현우가 밧줄을 흔들며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9월 팔꿈치 수술 뒤 지난주까지 재활 치료를 받았던 김현우는 현재 스파링을 제외한 기초적인 훈련만을 하고 있다.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2010년 런던 올림픽 때 엄지손가락 골절을 숨기고 금메달을 따냈던 김현우는 4년 뒤 리우 올림픽 때도 동메달 결정전에서 팔꿈치 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부상과 예선에서의 오심 논란을 딛고 메달을 따낸 그에게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지난주까지 재활 치료를 받았던 김현우는 이번 주부터 기초적인 체력 훈련 등으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현우는 “일상생활이 불편하지는 않지만 비틀기 같은 기술을 사용할 때는 통증이 있다. 내년 2월 정도는 돼야 100% 몸 상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4개월의 재활 기간은 김현우에게 리우 올림픽의 의미를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됐다. 김현우는 “지는 것보다 후회가 남는 것이 두려웠는데 그런 면에서 리우 올림픽은 100% 만족스럽다. 내가 아무리 간절하게 원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배운 것이 큰 수확이다. 금메달을 따지 못한 건 아쉽지만 굴곡이 있어야 인생이 재밌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 동메달 결정전을 꼽았다. 김현우는 “1회전에 부상을 당하고 나서 감독님과 2회전 작전에 대해 얘기하는데 상대 선수가 내 팔만 쳐다보더라. 테이핑을 하면 이 팔만 공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냥 맨몸으로 나갔다. 아프다는 생각도 없이 정말 무아지경으로 경기를 했다”고 말했다.
김현우가 8월 15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바닥에 펼친 태극기 위에서 기쁨에 겨워 울먹이고 있다. 동아일보DB
4년 뒤 도쿄 올림픽에 대한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런던 올림픽 때부터 너무 혹독하게 준비를 하다 보니 올림픽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선수로서는 늘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은 게 진심이다. 실력이 안 돼서 못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미리 겁먹진 않겠다”고 말했다. “리우 올림픽을 끝으로 내 약점인 파테르가 사라졌다”며 자신감도 내비쳤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되는 김현우에게 올해는 운동선수로 새로운 후반전을 시작하는 한 해였다. 김현우는 “인생의 꿈인 올림픽 금메달을 이뤘다는 것만으로 나의 20대는 영광스럽고 행복한 시기였다. 여태껏 레슬링을 패기만으로 해왔다면 앞으로는 베테랑으로서 노련미를 가지고 레슬링을 진심으로 즐기면서 하고 싶은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