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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우경임]파트너 싫다고 협의 거부할 때인가

입력 | 2016-12-19 03:00:00

[표류하는 협치]野, 헌법 따른 황교안 대행 체제 흔들고 절차 거쳐 뽑힌 정우택도 외면
대책없는 강공 역풍 부를 수도




우경임·정치부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친박(친박근혜)계 정우택 의원이 선출된 16일, 기자를 만난 야당 의원들은 “앞으로 (여당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도로 친박당’과 대화에 나섰다가 촛불 민심의 반발을 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인 듯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국민 정서로는 정 원내대표를 정상적인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고 함께 국회 로드맵을 짤 수 없다”는 방침을 정했다.

 통상 신임 원내대표가 선출되면 각 당 원내대표를 예방하지만 주말 내내 만남은 없었다. 며칠 전 여야 3당이 ‘여야정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며 협치 실험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사뭇 달라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서도 야당들은 자신들에게 머리를 숙이고 들어와야 한다는 태도다. ‘도로 친박당’을 만든 새누리당에 어떤 비전이 있는지 알 수 없다. 17일 촛불집회에선 “황교안 퇴진” 구호가 많았다. 정부 여당은 지리멸렬한 상황이다. 그러나 야당이 국정 운영 파트너를 입맛대로 고를 만큼 우리가 처한 대내외 현실이 녹록지만은 않다.

 야당은 “정기국회가 끝났고 임시국회 일정이 확정됐으니 당장 여야가 원내에서 협상할 현안이 없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정 원내대표와의 만남을 꺼리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임시국회를 소집한 이유는 탄핵안 통과 이후 국정 공백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취지 아니었던가. 국민 정서가 어떻든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게 된 사람에게 “당신은 국무총리일 뿐”이라며 20, 21일 대정부질문에 무조건 나오라고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 탄핵소추 전 책임총리를 세우라는 각계의 촉구에 귀를 닫은 건 야당이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야당은 줄곧 ‘황 권한대행이 야당을 따로 만나는 것도 안 된다’ ‘친박 지도부와의 여야정 협의체도 안 된다’고 하면서 국정 수습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새누리당의 붕괴를 기다리며 반사이익만 누리려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야당이 기대고 있는 촛불 민심은 ‘부도덕한 여당’을 심판했지 ‘무능력한 야당’을 선택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거야(巨野)의 힘자랑’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우경임·정치부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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