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횡설수설/송평인]안전처 장관 후보자의 굿판

입력 | 2016-11-08 03:00:00


 샤머니즘이라는 용어가 종교 분석이 아니라 정치 분석의 키워드가 되고 있는 시기에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후보자가 올 5월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열린 굿판에 참석한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을 위한 굿판은 아니고 ‘대한민국과 환(桓)민족 구국(救國) 천제(天祭) 재현’이라는 행사의 일부로 벌어진 굿판이었다. 박 후보자는 이 행사를 주최한 정신문화예술인총연합회의 부총재 자격으로 참석했다.

 ▷정신문화예술인총연합회의 총재는 안소정 씨다. 하늘빛명상연구원장이라고 한다. 박 후보자는 2013년 펴낸 ‘사랑은 위함이다’라는 책에서 안 씨를 자신의 스승이라고 밝혔다. 안 씨의 하늘빛명상은 환단고기(桓檀古記)류의 사상과 국선도 식의 명상을 결합한 것으로 보인다. 안 씨가 재현하고자 한 것은 고구려의 동맹이나 부여의 영고 등 제천행사였으나 실제로는 재현이라고 부르기에도 조잡한 수준이었다. 사물놀이 지신밟기 등 식전행사를 시작으로 천제, 기도명상, 국태민안(國泰民安) 기원굿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박 후보자는 ‘사랑은 위함이다’란 책에서 “안 원장 밑에서 명상 공부를 할 때 이 지구 땅에 47회나 다른 모습으로 왔었다”고 자신의 전생을 언급했다. 또 “명상을 하는데 상투를 하고 흰 옷을 입은 노인이 나타났는데 동학농민운동 지도자 전봉준 장군이었다”며 “그가 내게 조선 말기 왕의 일기인 일성록(日省錄)을 건넸다”고 썼다. 굿을 하건 명상을 하건 자유지만 이런 황당한 얘기를 하는 사람에게 국민의 안전을 맡긴다는 게 께름칙하다.

 ▷박 후보자는 한국시민자원봉사회 이사장이다. 한국시민자원봉사회는 옛 행정자치부의 인가를 받아 만들어진 비영리 단체다. 그가 행자부 관료이던 1995년 설립 때부터 이 단체를 맡았다. 시민자원봉사와 천제 재현은 기묘한 결합이다. 박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차관을 맡았고, 같이 노 정부에서 일했던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안전처 장관으로 제청했다. 국민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은 굿이 아니라 전문가적 식견인데, 박 후보자는 방재 관련 부서에서 일한 경험이 전무하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