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발견이 중요한 녹내장
11일은 대한안과학회가 지정한 ‘눈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해마다 10월 둘째 주 목요일을 ‘세계 눈의 날(World Sight Day)’로 지정하고 눈 건강의 중요성을 되새기고 있다.
녹내장은 주변부 시야가 차츰 좁아지는 질환. 정상 시야보다 크게 좁아져 오른쪽 사진처럼 보이면 녹내장이 상당히 진행된 수준이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이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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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정안 씨(33)는 최근 라섹수술을 받기 위해 안과를 방문했다가 녹내장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녹내장은 백내장과 마찬가지로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질환으로 여기고 있다가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 것. 녹내장은 주로 50세 이후에 많이 걸리는 게 사실이지만 이처럼 젊은층 환자도 적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김 씨처럼 라식이나 라섹수술을 하기 위해 안과를 찾았다가 녹내장 진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녹내장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해 76만7300명으로 2011년 52만5600명보다 46%나 늘었다. 2015년 기준 연령별로는 50대와 60대 환자가 나란히 2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70대가 19%였다. 그러나 40대 16%, 30대도 9%로 환자비율이 낮지 않았다. 성인병을 가진 노년층에서 녹내장 발생빈도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젊은층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질환이다.
특히 녹내장은 고도근시(―6디옵터 이상)의 경우 위험성이 높아진다. 그런데 고도근시는 50대와 60대에서는 2% 미만으로 적지만, 20대와 12∼18세 연령대의 12%를 차지할 정도로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안질환 전문가들이 앞으로 젊은 연령층에서 녹내장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에 대해 경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치료시기 놓치지 않는 것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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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손상된 시신경과 시야는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성인병이나 가족력, 안구 압박감 등 녹내장 위험인자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진을 받아 치료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이미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지만, 일단 치료를 시작하면 남아 있는 시신경을 보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흔히 녹내장은 시신경을 둘러싼 압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안압이 높으면 발생하기 쉽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실제 국내 녹내장 환자 중 77%는 ‘정상 안압 녹내장’이다. 이는 안압이 정상이더라도 선천적으로 손상되기 쉬운 안구 구조 때문일 수도 있고, 안구 혈류가 좋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녹내장의 치료는 당뇨병 및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완치보다는 지속적인 관리를 목표로 한다. 대부분 안약을 평생 점안하며 남아 있는 시신경을 보존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자각 증상이 없고, 규칙적으로 매일 안약을 넣는 것 또한 쉽지 않아 많은 환자가 녹내장 치료를 도중에 중단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안과 오원혁 교수는 “40세 이상은 주기적으로 녹내장을 검진하는 것이 좋고 △고도 근시 △녹내장 가족력 △당뇨병, 고혈압, 중풍 등 성인병 △장기간 스테로이드 치료 △갑상샘 이상 등의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이보다 젊은 나이여도 녹내장 조기검진을 받으면 시신경 손상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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