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럼포의 왕 로보/윌리엄 그릴 지음/박중서 옮김/81쪽·1만5000원·찰리북
인간이 늑대들의 터전을 그처럼 빠르게 잠식해 들어가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가슴 아픈 일도 없었을 거예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로보의 죽음이 사냥과 도전을 즐기던 시턴이라는 사람을 변화시킨 일입니다.
‘시턴 동물기’는 언제 봐도 흥미로웠어요. 직접 관찰하고 기록한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의 글은 너무도 생생했습니다. 그의 단편 중 하나에 실린 로보의 이야기가 오늘까지 살아 큰 감동을 주게 되는 까닭도 마찬가지겠지요.
면지(표지 안쪽) 그림의 대치 상황이 재밌습니다. 왼쪽 중앙에는 늑대를, 오른쪽에는 총을 든 사람이 있습니다. 그림 전체 색상과 문양은 멕시코 전통 태피스트리 직조기법을 적용했어요. 색연필로 한 땀 한 땀 직조하듯 그렸어요. 다소 긴 설명 글은 그래도 꼭 필요한 만큼의 분량입니다. 나머지는 그림이 충분히 전달해주고 있어요.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당당하며 잠자듯 평온한 숨소리와 맑은 눈빛으로 조용히, 그리고 가만히 죽어간 로보를 잊을 수 없습니다.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