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그리고 인성’ 토크콘서트 “승패 갈렸다고 게임 끝난 게 아냐… 돌아보며 실력 늘리는 게 더 중요”
이세돌 9단(왼쪽)과 원성진 9단의 부인인 이소용 바둑캐스터가 20일 토크 콘서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9단은 “한 판의 바둑이 예술 작품 같은데 나이가 드니 그 작품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간절하다”고 말했다. 고양=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0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 제2전시장 내 인성교육한마당에선 이세돌 9단(33)의 토크 콘서트 ‘이세돌과 바둑, 그리고 인성’이 열렸다. 이 9단이 3월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세기의 대결을 벌인 후 일반인 앞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장에 마련된 300석 가까운 좌석이 모두 차 이 9단의 여전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바둑 캐스터인 이소용 씨와의 대담 형식으로 열린 이날 콘서트는 교육부의 ‘2016 대한민국 행복교육박람회’에 한국기원이 ‘바둑인성교육’ 부스를 마련한 것과 관련한 부대행사여서 인성과 관련한 얘기를 많이 나눴다.
그는 상대와 함께 해야 하는 바둑의 장점으로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의 수를 인정하게 된다는 점’을 꼽았다.
“제가 2003∼2004년 1년 넘게 슬럼프를 겪은 게 이창호 9단을 세계대회에서 이기고 우승한 뒤 ‘내가 이젠 최고’라고 자만했기 때문이에요. 상대를 무시하면서 성적이 오히려 추락했죠. 상대가 이길 수 있다는 걸 인정하고, 하지만 나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진 뒤 슬럼프를 극복했죠.”
그는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여러 편의 광고를 찍었고 그중 ‘넌 잘하고 있어’라는 공익광고도 찍었다.
“저도 딸 가진 부모로서 자꾸 다른 아이와 제 딸을 비교하게 되더라고요. 물론 인간이 본능적으로 비교를 하게 되지만 다 잘할 수는 없잖아요. 지금에 만족하면서도 조금씩 나아지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에 공감해 광고를 찍었어요.”
그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당분간 바둑 승부를 계속하겠지만 바둑 보급이나 바둑을 통해 얻은 집중력 순발력 감각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도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