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의 한 대학에 한국어 전임교원으로 취직해 떠나게 된 경희사이버대학 졸업생
주말마저 반납한 채 학업에 열중했다. 그렇게 흘러간 4년여의 시간.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늦깎이 대학졸업생 2명은 멕시코 비즈카야대로부터 한국어 전임 강사가 되어 달라는 '러브 콜'을 받았다.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에서 만난 남현정 씨(37·여)와 임선영 씨(36·여)는 밝은 표정이었다.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가 된다는 사실에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멕시코 가는 비자만 발급되면 바로 떠날 거예요." 두 사람은 연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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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수많은 '보통사람'들과의 차이를 20대 초반에 간직했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찾는다. 이 마음가짐이 뒤늦게 찾아온 도전마저 두렵지 않게 했다. 임 씨는 "사이버대 강의를 인터넷으로 듣는데 매일 회사에서 늦게까지 남아 공부하느라 '셔터맨'이라 불렸어요"라고 말했다. 주말이면 경희대에서 열리는 교수들의 특강을 듣기 위해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어렵사리 얻은 교수의 자리였기에 두 사람은 먼 타지에서 시작될 도전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결혼도 포기하고 가족과 지인들도 그대로 남겨둔 채 멕시코로 떠난다. 올해 초부터는 언어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하루 7시간 이상씩 스페인어를 공부하며 '실업자'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 기쁘다. 임 씨는 "이 길을 걷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각오한 일"이라며 "우리 때문에 기회를 놓친 많은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이 쉽게 한글을 읽힐 수 있는 교재를 만들고 싶다는 임 씨, 한류열풍이 닿지 않는 소외된 나라에까지 한국어를 전하겠다는 남 씨.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의미 있게 또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뒤늦게 꿈을 실현한 두 사람의 각오는 누구보다 남달랐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