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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 “트럼프 사퇴 있을수 없는 일”… 공화당 후보교체론 주춤

입력 | 2016-10-11 03:00:00

[美대선 2차 TV토론]




 

9일 열린 미국 대선 2차 TV토론을 고비로 음담패설 동영상 공개 후 공화당 내부에서 제기됐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 교체론이 주춤하는 모양새다. 트럼프를 교체할 경우 대선 후보 1순위였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 후보는 펜스는 10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것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이며 지금 이 시점에서 나와 트럼프가 후보직 사퇴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전적으로 거짓”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는 토론회에서 음담패설 동영상은 말이었을 뿐 행동은 아니었다고 분명히 말했다. 나는 그를 믿고 이는 빌 클린턴이 연루된 20여 년 전 (성폭행) 사건과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화당전국위원회(RNC) 라인스 프리버스 위원장도 토론 후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가 매우 잘했으며 힐러리 클린턴을 제대로 공략했다”며 “클린턴이 지난 30년간 공직에 있으면서 제대로 한 게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칭찬했다. 뉴트 깅리치 전 연방 하원의장도 폭스뉴스에 나와 “트럼프의 후보 사퇴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스스로 많이 창피해해야 한다”며 “트럼프는 토론에서 명백하게 공화당 대선 후보로서의 자격을 얻었다”고 치켜세웠다.

 

딸 이방카까지 성적 농담 대상으로 삼아 궁지에 몰렸던 트럼프가 국면 전환에 성공한 것은 클린턴 후보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추행 폭로 카드가 효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평소 “성적으로 피해를 입은 여성은 우선적으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 왔던 클린턴은 남편의 성범죄와 관련된 여성들 앞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워싱턴 일각에서 문제가 된 음담패설 동영상 폭로 배후에 클린턴 캠프가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이번 파문이 트럼프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동영상 파문 후 트럼프 열성 지지자들은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 인근에서 지지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상황이 좋지만은 않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10일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10일 오전 11시경 공화당 하원의원들에게 회의 소집을 통보한 상황”이라며 “아직 어떤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나 라이언 의장은 트럼프에 대한 지지 철회를 심각하게 고민해 왔다”고 전했다. 한 상원의원 보좌관은 “모두들 비슷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 어떻게 의미 있는 방법으로 (트럼프에게) 불만을 표시할 것인가, 예상되는 후폭풍을 딛고 어떻게 당을 수습할 것인가 등을 놓고 개인과 그룹별로 해법 마련에 씨름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미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과 주지사 가운데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밝힌 비율이 30%(39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트럼프 캠프는 9일 타임지에 “당내 트럼프 반대론자들은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의 정치적 미래에만 관심이 있다. 주류 인사들의 도움 없이 경선 승리를 이끈 것처럼 본선에서도 트럼프 스스로 승리를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일인 다음 달 8일이 다가올수록 정치적 셈법에 따라 트럼프 측에 줄 서는 인사가 늘 것으로 워싱턴포스트(WP)는 예측했다.

 트럼프를 확실히 내치지도, 전력으로 힘을 실어주지도 못하는 공화당이 결국 타이타닉호처럼 좌초하는 결과를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의 측근이자 선가전략가인 존 웨버는 트럼프에게 다시 당권이 집중되는 것에 대해 “빙하와 부딪칠 수도 있는 타이타닉호에 생각보다 구명보트가 적다는 것을 알면서도 승선권을 사는 모양새”라고 비꼬았다.

황인찬 hic@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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