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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캐스팅까지 바꾸는 ‘덕후 파워’

입력 | 2016-10-01 03:00:00

[토요판 커버스토리/ 공연-출판계 등으로 뻗친 영향력]
성매매 전력 인물 캐스팅에 하차 서명운동… 제작자 ‘백기’




 골방에서 세상으로 나온 덕후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덕력’을 선보이며 취미가 같은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한다. 때로는 덕후끼리 뜻을 모아 결집된 힘을 선보인다. ‘학위 없는 전문가’로도 불리는 덕후들은 ‘학위소지 전문가’처럼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저술활동에 힘을 쏟기도 한다.

 공연계에서 뮤지컬 덕후를 지칭하는 ‘뮤덕’의 활동은 공연 관계자들이 촉각을 기울여야 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이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연극 뮤지컬 갤러리’는 공연 제작사의 주요 모니터링 매체로 자리매김했다. 새로운 공연이 공개될 때마다 뮤덕들은 커뮤니티에 공연 관련 정보, 의견 등을 올리며 공유한다.

 이들의 힘은 제작사의 캐스팅까지 좌우한다. 올여름 뮤지컬 ‘모차르트!’에 가수 이수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뮤덕들이 들고 일어났다. 과거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기 때문. 이들은 하차 서명운동과 캐스팅 반대 광고 모금운동을 주도했다. 한 뮤덕은 모금운동에 거금을 낸 인증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결국 제작사는 뮤덕의 요구대로 배우 캐스팅을 취소했다.

 최근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탈출카페는 갇힌 방에서 제한된 시간 내에 여러 개의 퀴즈를 풀어 방을 탈출하는 일종의 추리 게임. 이 탈출카페의 퀴즈를 만들거나 감수하는 데 추리 덕후 모임인 ‘RS추리동호회’가 큰 역할을 한다. 이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공유한 정보 데이터는 퀴즈를 만들고 테마를 구성하는 데 쏠쏠히 활용된다.

 덕후들이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책을 쓰는 일도 점차 흔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된 버스에 대한 수많은 자료와 지식을 바탕으로 방송 등에서 ‘버스 덕후’로 인정받은 이종원 씨(20)는 100년 가까운 한국 버스의 역사와 정보를 담은 책 ‘버스대백과사전’(가제)을 내년에 발간할 예정이다. 추리콘텐츠 컨설팅을 하는 ‘RS PROJECT’의 노영욱 대표(27)도 일본 서적 일색인 추리지식 책 시장을 겨냥해 한국형 추리 지식서를 쓰고 있다. 이 씨는 “수익을 위해서라기보다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발자취를 남기자는 차원에서 (서적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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