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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거품만 봐도 덜컥 ‘생활용품 무섬증’

입력 | 2016-09-29 03:00:00

‘가습기 살균제 성분’ 우려 확산




 가습기 살균제 위해성분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치약과 세제 등에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공포감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흰색 거품만 봐도 겁이 난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걱정과 달리 전문가들은 ①정부와 기업이 용도를 정확히 밝힌 뒤 소비자가 이를 벗어나지 않게 사용하고 ②정부가 제품마다 농도 기준을 정해 과도한 양을 쓰지 않도록 하면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이 두 가지를 못하는 정부가 신뢰를 잃었다는 것. 실제 용도와 달리 가습기를 씻는 제품으로 알고 허가해준 점, 가습기 참사 이후에도 화학제품 위해성분에 대한 농도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사실 등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 안방에 들어온 가습기 살균제 성분

 살균 보존제 성분인 MIT와 CMIT는 일상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화학제품에 이미 널리 쓰이고 있다. 구강청결제 등 의약외품을 비롯해 식기를 씻는 가정용 세척제, 샴푸, 비누(보디워시, 세안제 포함), 면도크림, 섬유유연제 등에 쓰인다. 비교적 낮은 농도로 물에 완전히 씻어내는 제품에 사용되는 것이다. 이번 치약 논란을 계기로 해당 물질이 거품을 일으키는 계면활성제 성분으로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그러나 CMIT, MIT는 호흡기에 닿을 경우 심각한 위해를 주고 고농도로 피부에 닿을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농도 기준을 잘 정하고 이를 잘 씻어내는 세척 성분으로만 용도를 묶는 것이 중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화장품 안전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샴푸, 린스, 보디워시, 세안제, 면도크림 등 사용 후 물로 씻어내는 화장품은 CMIT·MIT를 최대 15ppm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의약외품으로 분류되는 구강청결제에도 같다. 하지만 치약은 해당 성분을 사용할 수 없다. 식약처의 ‘의약외품 허가신고 심사 규정’에 따르면 치약의 보존제로 허용되는 성분은 벤조산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메틸나트륨, 파라옥시벤조산프로필나트륨 등 3개뿐이다.

 가정이나 식당에서 사용하는 주방용 세제 일부 제품에도 해당 물질이 사용된다. 세제는 공중위생법의 적용을 받아 안전 기준 및 관리를 보건복지부가 담당한다. 복지부의 ‘위생용품의 규격 및 기준’에 따르면 CMIT·MIT는 세제에 사용할 수 있는 화학물질 320여 종 중 하나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야채와 과일을 씻는 1종 세척제에는 CMIT·MIT를 사용할 수 없고 2종(조리기구용), 3종(식품 제조장치용) 세척제에만 허용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가정에서 쓰는 세제 대다수가 1종 세척제이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제품 라벨을 확인하면 각 가정에서 쓰는 세척제 종류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방향제, 탈취제, 섬유유연제 등 위해우려제품 15종의 관리를 맡고 있는데, 스프레이형 제품에 대해서 해당 물질을 퇴출시키는 방향으로 고시를 개정 중이다. 그동안은 섬유유연제에 대해서만 해당 물질에 대해 100ppm 기준치를 뒀으나 7월에 기준치가 없다는 논란이 일자 급하게 법 개정에 나섰다.


○ 소통 없는 정부가 불신 키워

 치약 논란이 불거지자 소비자들은 해외 생활화학제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해외 온라인 구매에 나서는 등 국내 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해외 제품은 오히려 CMIT·MIT에 대한 규제기준이 국내보다 더 느슨하다.

 화학물질을 사용하거나 규제할 때 △효능 △부작용 △사회적 인식 △수급가능성(경제성) 등을 따지는데 CMIT·MIT는 국제적으로 효능과 부작용, 경제성이 검증된 안전한 물질로 보고 있다. 국내서는 일반적인 물질 사용 용도와 다르게 호흡기로 쐰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불거지면서 사회적 인식이 나빠진 측면도 있다.

 정부도 이 때문에 치약에서 해당 물질을 비허가 물질로 남겨뒀으나 이 같은 설명이 부족해 문제를 키웠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과학적인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것은 정부의 화학물질 관리에 불신이 깊게 깔려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평소에 일상적인 의혹을 해소해주고 정보와 사용법을 알려주는 과학이 아니라 정부가 해명할 때만 과학을 들먹인다는 인식이 강해져 수습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한편 일부 메디안 치약 소비자들은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아모레퍼시픽은 약사법 위반,식약처 관계자는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발했다.

임현석 lhs@donga.com·김호경·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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