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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의 히트&런]양의 ‘독한 야구’, LG 대반전 이끌다

입력 | 2016-09-20 03:00:00

<양상문 감독>




양상문 LG 감독

승패 마진 ―14에서 +1로. 채 두 달도 안 된 기간에 벌어진 LG의 반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좀 더 시계를 앞으로 돌려보자. 시즌 전 LG는 전문가들로부터 하위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내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잘해야 7위”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랬던 LG가 ‘가을 야구’를 눈앞에 두고 있다. 7월 26일까지 36승 1무 50패(승률 0.414)로 8위에 머물러 있던 LG는 17일 삼성전 승리로 승률을 5할(66승 1무 66패)로 맞췄다. 18일 경기에서는 류제국의 데뷔 첫 완봉승을 발판으로 5-0으로 승리하며 승패 마진을 플러스로 바꿔놓았다. 최근 10경기에서 8승 2패로 포스트시즌 안정권인 4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LG는 19일 현재 5위 KIA에 2경기 차로 앞서 있다.

호성적의 원동력은 젊은 선수들이다. 18일 삼성전에서 양석환은 2회 상대 투수 플란데를 상대로 결승 3점포를 쏘아 올렸다. 17일엔 이천웅이 연장 11회말 끝내기 홈런을 때렸다. 둘은 지난해까지 1, 2군을 오르내리던 선수들이다. 이들 외에도 채은성 이형종 유강남 문선재 김용의 등 만년 유망주들이 대거 주전으로 발돋움했다. 투수 중에서는 마무리 임정우와 필승조의 김지용이 팀의 간판으로 떠올랐다. 임정우와 김지용은 각각 27세이브와 18홀드를 기록 중이다.

결과는 좋아 보이지만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팀이 하위권을 전전하던 7월 안방인 잠실구장에는 양상문 감독의 중도 퇴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선수 기용과 경기 운영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폭주했다.

예전부터 LG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로 불렸다. 그만큼 감독이 자기가 생각한 야구를 하기가 힘든 곳이다. LG엔 유독 열혈 팬이 많다. 잘나갈 때야 큰 응원을 받지만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모그룹 내에 야구에 관심 있는 고위 임원이 많아 들려오는 말도 많다. 여기저기 신경 쓰다 이도저도 아닌 야구 색깔이 나오기 일쑤인 것이 LG 야구였다. 10년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LG 야구의 암흑기(2003∼2012년) 동안 이 같은 악순환이 반복됐다.

엔트리가 확대된 9월 1일은 양 감독이 시험대에 오른 날이었다. 많은 LG 팬이 프랜차이즈 스타 이병규(9번)의 복귀를 기대했다. 구단 내에서도 그간 팀을 위해 헌신한 이병규를 1군으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병규는 2군에서 4할대 타율을 기록 중이었다.

하지만 양 감독의 선택은 타협이 아니라 정면 돌파였다. 주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신념대로 다른 젊은 선수들을 불러 올렸다. 양 감독으로선 큰 모험이었다. LG가 9월 들어 반등하지 못했다면 ‘실리(성적)’와 ‘명분(레전드에 대한 예우)’을 모두 놓칠 수 있었다. 어쩌면 이후에 쏟아졌을 팬들의 비난을 감당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착실히 경험을 쌓은 유망주들은 시즌 말미에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2014년 5월 중도 사퇴한 김기태 감독(현 KIA 감독)의 후임으로 LG 지휘봉을 잡은 양 감독의 취임 일성은 ‘독한 야구’였다. 당시만 해도 그가 말한 독한 야구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독하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2년 전 LG는 극적인 반전 끝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LG가 베테랑의 팀이었다면 올해 LG는 젊은 선수들이 주인공이라는 게 다를 뿐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