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인승 승합차에서 남자들이 줄줄이 내렸다. 짧은 머리의 중학생부터 20대 청년까지. 옷차림도 야구 유니폼에서 일반 트레이닝복까지 제각각이었다. 야구 장비를 들고 그들이 향한 곳은 운동장이 아닌 서울 광진구의 4층짜리 건물이었다. ‘저니스포츠 야구육성사관학교’라는 간판이 붙은 건물에는 인조잔디가 깔린 훈련장을 비롯한 각종 연습실이 있었다. 기술연습실에서 선수들의 투구 폼을 지도하고 있는 얼굴이 낯익었다. 1994~2005년 프로야구 선수로 뛰었던 최익성(44)이었다.
12년간 프로야구 7개 팀의 유니폼을 입었던 최익성 야구육성사관학교 대표에겐 늘 ‘저니맨(여러 팀을 옮겨 다니는 선수)’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은퇴 후에도 그의 여행은 끝나지 않았다. 포장마차 주인, 출판사 사장, 청바지업체 사장 등등. 한 때는 배우에도 도전장을 냈었던 그가 2012년 야구육성사관학교를 세우며 다시 야구공을 쥔 건 ‘제2의 최익성’을 만들어선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최 대표는 “중 2때 야구를 시작하다보니 평생 ‘넌 늦었다’는 주변의 시선과 싸워야했다. 어려서부터 야구를 하지 않거나 운동부 출신이 아니더라도 얼마든 야구선수에 도전할 수 있도록 야구 대안학교를 만들었다. 팀에서 방출된 선수들도 프로무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사비를 털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이미 kt 윤동건 등 4명을 프로 무대로 돌려보냈다.
하루 훈련이 끝난 뒤 최 대표는 학생들과 함께 가수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를 부르기 시작했다. 최 대표와 학생들은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가로 이 노래를 즐겨 부른다고 했다.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위해’라는 가사를 좋아한다는 최 대표는 “아침에 눈을 뜨면 예기치 못한 선물이 기다리고 있듯 저를 믿고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산타클로스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