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에 돌입한 한진해운이 지난해 5월부터 최근까지 알짜 자산을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에 매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평택컨테이너터미널, 부산 한진해운 신항만,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 등 총 2300억 원 규모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어제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을 다 가져갔다”며 사실상의 자산 빼돌리기라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은 한진해운에 긴급하게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자산 매입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믿기 어렵다. 통합도산법 101조는 법정관리 신청 1년 전까지의 기간에 다른 채권자를 불리하게 만드는 자산 매각 등을 금지하고 있다. 한진그룹이 한진해운 자산을 적정 가격보다 낮게 매입했다면 통합도산법 위반에 해당한다. 아예 한진해운이 청산될 것으로 보고 배가 가라앉기 전 쓸 만한 물건을 건져둔 행위를 한 셈이다.
정부와 채권단도 한진그룹의 자산 빼돌리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한진해운 측을 믿고 싶다. 이런 언급 자체가 (한진그룹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부실덩어리 기업을 국가예산으로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마당에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다. 특히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이 남아 있다면 한진해운이 해운동맹에서 밀려나더라도 독자 영업이 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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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이 자산 매각 가격의 적정성을 판단할 수 없고 부실 경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현 정부 구조조정의 한계가 확인됐다. 법원은 한진해운 관리인, 회계법인, 감정평가법인으로 검증팀을 구성해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바란다. 앞으로 계속될 구조조정의 본보기로 삼기 위해서도 대주주의 재산 빼돌리기를 눈감아 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