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중독 사각지대’ 불결 음식점 식약처, 2014∼2015년 위반업소 분석
18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의 C생선요리점에서 점심을 먹은 회사원 최모 씨(41)와 최 씨의 가족 2명은 저녁에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이미 응급실엔 같은 음식점에서 회를 먹었던 다른 일행 4명이 누워 있었다. 이들은 전부 식중독 진단을 받았다. 최 씨는 “식당을 잘못 골라 가족 여행을 망쳐버렸다”며 울상을 지었다.
○ 군산 음식점 100곳 중 1곳이 위생 기준 위반
식중독 예방을 위한 정부의 학교 급식소 위생 점검 첫날인 24일 서울 은평구 서오릉로 선정고 급식소에서 서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 은평구청 직원들이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유명 관광지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전주한옥마을이 있는 전북 전주시 완산구와 제주 서귀포시의 음식점 1000곳당 위반 업소 수도 각각 6.3곳, 5.9곳으로 전국 평균(1.7곳)을 훨씬 웃돌았다. ‘비즈지아이에스’의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위생 불량 음식점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 보니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엔 우동에서 대장균이 나오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치킨 소스를 사용하는 등 위반 업소가 6곳이나 몰려 있었다. 대전 유성온천 주변에도 냉동 감자를 상온에 보관한 키즈카페나 김밥에서 머리카락이 나온 분식점 등 5곳이 밀집해 있었다. 이 중 일부 지역은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단속에 나섰기 때문에 적발 비율도 덩달아 높게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지만, 대다수는 음식점을 상대로 식중독 예방 교육과 안전 점검을 소홀히 한 결과라는 지적이 많다. 정기적으로 업주와 종업원을 상대로 교육을 실시하고 습관적으로 위생 기준을 어기는 곳에 강한 제재를 가해야 위반 업소를 줄일 수 있는데, 일정 기간마다 ‘실적 쌓기’ 식으로 단발성 단속을 벌이는 방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위생 불량 음식점 비율이 높았던 전북 군산시는 음식점 지도점검률이 0.1%도 되지 않았다.
○ 학교 급식 앞지른 음식점 식중독
기록적인 폭염 속에 중고교 급식에서 집단 식중독이 잇따르고 있다. 식약처는 19∼22일 전국 중고교 9곳에 이어 24일 서울 동대문구 D고등학교에서도 식중독 환자 42명이 집단 발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음식점 내 식중독은 학교 급식보다도 심각하다. 올해(7월 기준) 식중독 환자 2818명 중 음식점에서 식중독에 걸린 환자는 1129명(40.1%)으로 학교 급식에 따른 환자(880명)보다 많았다. 2014년엔 음식점 식중독 환자의 비율이 23.6%로 학교 급식 환자(55.4%)의 절반도 되지 않았지만 지난해 25.8%에 이어 올해 급증한 것이다. 음식점 식중독 환자가 학교 급식보다 많았던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문제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한 뒤 병·의원이나 보건소에서 식중독으로 확진되더라도 해당 음식점을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행 식중독 검사 기준에 따르면, 식중독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가 실제로 섭취했던 음식물을 수거해 식중독균 포함 여부를 입증해야 한다. 단체 급식소에선 제공한 음식물 중 일정 부분을 반드시 의무적으로 표본으로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사후에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쉽지만 음식점엔 이런 의무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2014년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도 원인균을 찾아내지 못한 식중독 조사 사례는 12.3%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