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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박희준 전무이사 “‘36.5도’ 차별화로 토종의 힘 보여줬죠”

입력 | 2016-08-22 05:45:00

2009년 혜성처럼 등장해 7년 만에 국내 위스키 시장 2위에 오른 골든블루의 마케팅본부 박희준 전무이사가 자사의 위스키 제품들을 소개하고 있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위스키 업체 골든블루 박 희 준 전무이사

국산 위스키업체인 골든블루는 지난 2009년 등장한 토종 기업이다. 국내 최초 36.5도 위스키인 ‘골든블루’를 출시하며 빠른 속도로 위스키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디아지오코리아 ‘윈저’와 페르노리카코리아 ‘임페리얼’이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14년간 차지하고 있던 양강 구도를 깨는 데에 걸린 시간은 불과 7년이었다. 지난 3년간 골든블루는 107%, 57%, 46%라는 높은 성장세를 이어왔다. 2016년 상반기 누계 기준으로 국내 위스키 시장에서 약 21%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임페리얼을 밀어내고 2위에 올랐다. 국내 위스키 시장이 2008년 이후 8년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 속에 거둔 성과여서 더욱 놀랍다. 국산 위스키 시장의 판도를 바꾼 골든블루 마케팅 본부 박희준(52) 전무이사를 만났다.

즐기는 도수 36.5도로 젊은층 유혹
‘임페리얼’ 제치고 시장 점유율 2위
진짜 목표는 원액부터 토종 위스키


- 골든블루는 어떤 회사인가.

“외부에서 보기에는 혜성처럼 나타난 회사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50년, 100년된 글로벌 주류 회사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주류 사업은 시장에 대한 노하우, 유통, 마케팅 노하우가 맞물려야 하는 보수적이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다. IT업계도 아니고, 전에 없던 회사가 나타나서 2위를 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류 업계에서 많은 경력을 쌓은 임직원들이 모여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과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브랜드 파워, 자금력, 영업력 등이 메이저 수입업체에 비해 열악할 수밖에 없는데 임페리얼을 제치고 2위에 오른 비결은.

“마케팅 관점에서 보자면 새로운 소비자에 맞는 차별화된 제품인 골든블루라는 강력한 DNA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36.5도라는 도수 차별화 전략이 가장 주효했다. 음주 문화는 급격하게 변했는데, 기존 강자들은 달라진 음주 문화에 맞는 위스키를 제시하지 못했다. 우리는 후발 주자로 새로운 소비자 니즈에 맞는 차별화된 제품을 내세웠고, 그것이 시장의 견고한 벽을 깬 비결이다.”

-위스키 도수가 36.5도일 때 어떤 장점이 있나.

“위스키는 80도로 숙성하고 병에 담을 때는 40도, 마실 때는 20∼30도 정도로 물을 타서 먹는다. 도수를 내리면서 위스키에 담겨있는 다양한 맛과 향들이 잘 살아나기 때문이다. 너무 강하면 알코올 때문에 위스키 본연의 맛을 즐기기 어렵다. 위스키를 40도로 마시는 것은 위스키에 대한 모독이라는 말도 있다. 36.5도는 취하기보다는 즐기는 추세인 지금의 음주 문화와도 어울린다.”

-최근 국내 최초로 화이트 스피릿 위스키인 ‘팬텀 더 화이트’를 출시했다. 개발 배경은.

“위스키 시장은 8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위스키라는 카테고리 자체가 올드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30대는 위스키를 잘 마시지 않는다. 아저씨들이나 마시는 술이라는 이미지도 강하다. 사실 위스키만큼 좋은 술도 없다. 때문에 올드하다는 이미지만 바꿔주면 젊은 소비자들도 위스키를 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컬러를 바꿨다. 위스키 고유의 브라운 컬러는 고급감을 주기도 하지만, 올드하고 독해 보인다. 맛은 그대로 둔 채 필터링을 통해 컬러를 화이트로 바꾸고, 젊은 감각의 병 디자인을 더해 ‘팬텀 더 화이트’를 만들었다. 최근 젊은 소비자들로부터 혁신적이라는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이 두 배 증가했다. 올해 목표는.

“올해 목표는 지난해 대비 30% 성장이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체 위스키 시장은 5.6% 줄었는데, 골든블루는 30% 성장했다. 하반기에도 성장 모멘텀이 충분해 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 장기적인 신제품 개발 계획이 있다면.

“완전한 토종 한국 위스키를 만들 계획을 추진 중이다. 골든블루가 국산 위스키 회사이기는 하지만 원액은 전부 수입한다. 궁극적으로 한국에서 증류, 발효, 저장한 코리안 위스키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일본은 이미 100년 전에, 대만은 10년 전 시작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다. 남아공,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들도 자국 위스키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없다.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프로젝트이고, 200억원 이상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도전할 것이다. 기술력은 이미 충분히 축적되어 있는 상태다. 우리는 한국 기업이고 (이 프로젝트는) 한국 사회를 위해 일한다는 임직원들의 자부심을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 박희준 전무이사

1993년 진로 마케팅팀으로 입사해 23년 동안 국내외 주류 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신제품 개발 및 전략’을 담당해 온 주류 전문 마케터다. 2006년에는 페르노리카코리아에서 ‘임페리얼’의 성공을, 2011년부터는 골든블루 마케팅 본부장으로 36.5도 위스키 ‘골든블루’의 성공을 이끌어냈다. 위스키 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통한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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