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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기료 폭탄’ 외면한 산업부, 대통령 말해야만 움직이나

입력 | 2016-08-13 00:00:00


산업통상자원부와 새누리당이 그제 당정협의를 열어 올여름(7∼9월) 한시적으로 가정용 전기요금 모든 누진 구간의 전력사용량 상한선을 50kWh씩 높이기로 결정했다. 보통 한 달 6만 원쯤 전기료를 내는 가정에서 하루 3시간 30분 에어컨을 켜서 17만7000원을 내야 했다면 13만 원으로, 8시간을 켜서 37만8600원을 냈다면 34만 원 정도로 줄어든다.

전국 2200만 가구의 전기료가 평균 19.4%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지만 징벌적 누진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한 것이 아니라 1회성 땜질 처방은 문제가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근본적 처방이 아니다” “국민을 정말 개돼지로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 확실히 든다” “우는 아이 사탕 하나로 달래는 것이냐”는 비난이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말부터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전기료 폭탄’을 우려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하면 된다. ‘요금 폭탄’이란 말은 과장”이라고 주장해 국민을 분노시켰다. 11일에야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정현 새 대표의 ‘건의’에 “국민이 힘들어한다”고 ‘시혜’를 베풀 듯 개선을 지시하자 불과 3시간 만에 긴급 당정협의를 거쳐 보완 대책이 나왔다. ‘전기료 폭탄’ 여론에 완강하게 귀를 막고 “제도 개편은 없다”고 되뇌던 관료들이 대통령의 한마디가 나오자마자 허겁지겁 움직이는 ‘영혼 없는 모습’이다.

비단 산업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올 4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완화에서도 대통령이 말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복지부동이 드러났다. 국방부도 대통령의 한마디에 사드 부지 재검토를 밝혔다. 정부 부처가 세종시로 옮기면서 국민의 소리는 아예 듣지도 않는 관존민비 의식이 체질로 굳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정부 여당이 누진제 완화 검토 태스크포스를 가동키로 한다지만 언제 징벌적 가정용 전기료를 고칠지 알 수 없다. 2012년부터 국정감사 때마다 거론됐고 감사원이 2013년 6월 산업부와 한전에 개선을 권고했는데도 달라진 것이 없다.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산업자원부 차관을 지낸 ‘산피아(산업부+마피아)’ 출신이다. 업계의 이해관계에 민감한 산업부가 가정용 전기료 누진제 개선을 외면한 것은 관업(官業) 유착 구조와 무관한지 의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