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재활로 10년 공백기 보낸 홍지민 덴마크왕립발레단 유일의 아시아인 무용수 7월 열리는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 무대에
발레리나 홍지민이 전화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언급한 것은 “감사하다”는 말이었다. 다시 발레를 할 수 있고, 한국에서 공연하고, 이렇게 삶을 살고 있어 감사하다는 것이다. 홍지민 제공
지금은 이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 가깝게 이어져 온 고통스러운 ‘부상의 터널’이었다. 덴마크왕립발레단의 유일한 아시아인 무용수인 발레리나 홍지민(28)이 29, 30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리는 ‘2016 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 나선다. 국내 무대에 서는 것은 14년 만이다.
초등학교 때 그는 다른 아이들처럼 공부는 물론이고 피아노, 발레, 미술 등 여러 가지를 배웠다. 그중에서도 유독 발레가 좋았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유학 생활은 졸업을 1년 앞둔 2006년 위기가 찾아왔다. 단순히 발목 건염이라고 생각했던 부상이 어느새 양쪽 다리 전체가 보라색으로 변할 정도로 악화된 것. “어린 나이에 유학을 가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봐요. 부상도 부상이지만 전체적으로 혈액 순환이 제대로 안 됐다고 하더군요. 의사가 더이상 발레를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어요.”
인생의 전부였던 발레를 그만둬야 할 위기가 찾아왔다. 그는 모든 것을 접고 귀국했다. 이후 그는 치료와 재활운동 외에는 집에 누워만 있었다. 주인 잃은 토슈즈에는 먼지만 쌓여갔다. 그렇게 3년을 보냈다. “주위 사람들이 많이 질문했어요. 발레를 포기하고 다른 것을 할 생각이 없었냐고요. 전 정말 의사 선생님들이 하라는 건 다 했어요. 이유는 딱 한 가지였어요. 다시 발레를 하고 싶었어요. 그 생각으로 견뎠어요.”
결국 2008년 10월 그는 재활 3년째 되는 해에 발레 바 앞에 다시 섰다. 예전에 쉽게 했던 기초 동작들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다리에 근육이 없어 주저앉을 때가 많았다. 발레 초보로 돌아가 1년간 다시 기초부터 연습했다. “발레 바 앞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어요. 물론 그 시기를 겪지 않았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런 시기를 겪으며 많은 것을 배웠어요.”
2010년 그를 눈여겨보던 캐나다국립발레단에서 입단 기회를 줬다. 2개월 만에 정단원이 됐다. 2014년부터는 학창 시절 멘토인 소렐라 엥글룬드로부터 덴마크왕립발레단 오디션 제의를 받고 입단해 두 시즌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에도 위기가 있었다. 운동 도중 기구가 떨어져 뇌진탕을 당해 3개월간 치료와 휴식을 해야만 했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