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난 집 짓기’ 책 펴낸 건축가 서현 교수
《형태가 복잡하면 만들기 어려웠으리라고, 반대로 보기에 밋밋하고 단순하면 만들기 수월했으리라고 여긴다. 오해다.
최근 새 책 ‘세모난 집 짓기’(효형출판)를 펴낸 서현 한양대 건축학부 교수는 책으로 명성을 얻은 건축가다.
1990년대 후반부터 건축물과 건축사 이야기를 주재료 삼아 일상의 사색과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버무린 책을 잇달아 펴내 주목받았다.
광고 로드중
지금 다시 내는 이 책은 새로 지은 건물의 가치를 동의 받을 생각으로 쓴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최종 설계안 모형 옆에 선 서현 교수. 전면부 유리창 디자인은 시공 과정에서 변화를 겪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소개를 통해 설계 의뢰 e메일을 보내온 건축주는 “흰 빛깔의, 현대적이고 입체적인 2층 주택”을 요구했다. 완성된 건물은 사진에서 보듯 매끈하다. ‘콘크리트 벽 치고 남쪽 모서리에 크게 창을 뚫었네. 단정하고 예쁘장하게 쓱쓱 그려 올렸네’라는 식으로 오해받기 딱 좋게 생겼다. 하지만 이 집은 첫발부터 난제(難題)였다.
거실 천장 슬래브의 보 뒤로 감춘 간접조명을 켠 모습. 천장에 낸 줄눈도 집요하게 삼각형으로 일관했다. 서현 제공
“설계비와 세금을 제외하고 공사비로 처음 제시받은 금액은 2억 원이었다. 누군가는 그 돈에 집을 지어 주겠다고 했겠지만 나는 불가능했다. 어쨌거나 바다를 관망하는, ‘스스로에게 주는 필생의 선물을 지어 달라’는 요청에 부응할 만큼 드라마틱한 거실 공간을 갖춘 삼각형 평면의 유리벽 집을 일단 설계했다. 견적은 8억 원대였다.”
광고 로드중
남동쪽으로 접한 도로에서 바라본 건물 외관. ‘삼각형’ 평면을 건물 전체에 반복되는 패턴으로 삼았다. 삼각형 통풍창 만들기, 창 모서리에 하중이 오지 않도록 삼각형 트러스 짜기 등 관습을 거스르는 난관이 많았다. 박영채 제공
집에 대한 이상(理想)은 오해와 착각으로 가득하다. 현실과의 괴리는 ‘돈에 대한 생각’ 때문이다. 서 교수는 “이 건물이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창문 트러스 등 중요한 부분에서 꼭 필요한 구조기술 전문 인력을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개의 건축주는 최고의 결과물을 요구하면서도 설계와 공사 비용은 무조건 깎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늘 타일 등 마감재 줄눈 간격이 바닥이나 벽면에 정수로 딱 맞아떨어지도록 도면을 그린다. 하지만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하는 현장이 대부분이다. 사소하다 여겨지는 디테일을 어긴 무성의한 시공을 두고 ‘자연스러움의 미학’ 운운하는 게 얼마나 무책임한 일인지, 들어가서 살아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