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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광장/박지순]최저임금, 어떻게 풀어야 할까

입력 | 2016-07-12 03:00:00

매년 시위대에 둘러싸이는 최저임금위원회
임금 대폭 올리면 영세 자영업에 ‘직격탄’
정치에 휘둘리지 말고 객관적 지표에 따라 결정해야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제 곧 2017년부터 적용될 최저임금액이 결정된다. 돌아보면 매년 되풀이되는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한 번도 순탄한 적이 없었다. 최저임금액 결정을 위한 회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매년 6월이면 최저임금위원회 근처에는 늘 시위대가 진을 치고 있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위원들은 밤을 새워 논전(論戰)을 벌이고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일부 위원이 회의장에서 퇴장하거나 기권하는 등 우여곡절이 없지 않았지만 결국 위원들 간에 최저임금 인상액에 관한 타협이 이뤄지고 그에 대해 불만이 있더라도 더 나아질 내년을 기약하고 헤어진다.

그러나 지금 최저임금위원회를 감싸고 있는 공기는 심상치 않다. 노동계 측 위원들은 이번만큼은 1만 원이 아니라면 최소한 두 자릿수 인상률은 되어야 하고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중대 결단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저임금액의 범위를 이처럼 큰 폭으로 확정해서 배수의 진을 친 것은 이례적이다. 그 발단은 지난 총선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을 선거 이슈로 제기한 야당이 승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 소득 불평등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만을 지급받는 이른바 ‘알바생들’이 늘고 있는 것도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격차 문제는 얼마나 해소될 수 있는가. 다른 부작용은 없는가. 최저임금이 당장 1만 원이 되려면 지금보다 65% 이상 인상되어야 하고, 야당이 주장한 4년 내 1만 원이 실현되려면 매년 13.5%씩 인상되어야 한다. 이러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선진국의 사례에 기댄 희망 섞인 분석은 그만큼 그 나라의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음을 전제한다. 만약 경기 상황이 어려워진다면 한껏 높아진 최저임금을 준수할 수 없는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주로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은 결국 문을 닫거나 고용을 줄이거나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법을 위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압박하고 결정에 참여한 최저임금위원회는 그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필자는 여기서 올해 최저임금을 얼마나 인상해야 하는지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은 인상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좀 더 냉정하게 최저임금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여전히 경제학자들 간에 뜨거운 논쟁거리다. 인상액에 따라 산업별, 사업장 규모별로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가 교차할 것이다. 이러한 효과를 객관적, 과학적으로 평가하여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범위에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지 감정적, 정치적 논리에 따라 이뤄져서는 안 된다. 전체 근로자의 임금수준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지만 최저임금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지급 능력과 고용 여건도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논리적인 수단을 가지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정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 열거된 각 지표의 의미도 모호하고 실제로 그에 관한 통계가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저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통계 수치만이 난무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 최저임금법은 행정관청에 신고된 전체 단체협약의 평균 시급 인상률을 토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올 6월 말 현재 8.5유로인 최저임금을 4% 올리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 8.84유로가 된다. 이는 지난해 평균 협약임금인상률 2.5∼3%에 약 1%를 가산한 결과다. 이 같은 결정방식은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 세력들이 정치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을 막고 근로자와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의 인상 추세를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간명하고 예측 가능한 결정기준이 마련되어야 매년 되풀이되는 최저임금의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번 최저임금 파동이 끝나면 냉정을 되찾고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로 지목되고 있는 소득 불평등,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 대안을 찾는 데 노사정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