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시위대에 둘러싸이는 최저임금위원회 임금 대폭 올리면 영세 자영업에 ‘직격탄’ 정치에 휘둘리지 말고 객관적 지표에 따라 결정해야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러나 지금 최저임금위원회를 감싸고 있는 공기는 심상치 않다. 노동계 측 위원들은 이번만큼은 1만 원이 아니라면 최소한 두 자릿수 인상률은 되어야 하고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중대 결단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최저임금액의 범위를 이처럼 큰 폭으로 확정해서 배수의 진을 친 것은 이례적이다. 그 발단은 지난 총선에서 최저임금 1만 원을 선거 이슈로 제기한 야당이 승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근로자 간의 임금 격차, 소득 불평등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감소하면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만을 지급받는 이른바 ‘알바생들’이 늘고 있는 것도 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이 1만 원이 되면 격차 문제는 얼마나 해소될 수 있는가. 다른 부작용은 없는가. 최저임금이 당장 1만 원이 되려면 지금보다 65% 이상 인상되어야 하고, 야당이 주장한 4년 내 1만 원이 실현되려면 매년 13.5%씩 인상되어야 한다. 이러한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고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믿기 어렵다. 최저임금의 인상이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선진국의 사례에 기댄 희망 섞인 분석은 그만큼 그 나라의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음을 전제한다. 만약 경기 상황이 어려워진다면 한껏 높아진 최저임금을 준수할 수 없는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들(주로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업)은 결국 문을 닫거나 고용을 줄이거나 늘어난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법을 위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을 압박하고 결정에 참여한 최저임금위원회는 그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논리적인 수단을 가지고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최저임금법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최저임금을 정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위에 열거된 각 지표의 의미도 모호하고 실제로 그에 관한 통계가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지도 의문이다. 그저 출처를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통계 수치만이 난무하고 있을 뿐이다.
독일 최저임금법은 행정관청에 신고된 전체 단체협약의 평균 시급 인상률을 토대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 최저임금위원회는 올 6월 말 현재 8.5유로인 최저임금을 4% 올리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 8.84유로가 된다. 이는 지난해 평균 협약임금인상률 2.5∼3%에 약 1%를 가산한 결과다. 이 같은 결정방식은 결과에 책임을 지지 않는 세력들이 정치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것을 막고 근로자와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의 인상 추세를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처럼 간명하고 예측 가능한 결정기준이 마련되어야 매년 되풀이되는 최저임금의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번 최저임금 파동이 끝나면 냉정을 되찾고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위험 요소로 지목되고 있는 소득 불평등,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는 실질적 대안을 찾는 데 노사정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