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건강지원 확대’ 목소리
임신 37주를 채우지 못하고 태어난 한 이른둥이가 인큐베이터에 누워있다. 이른둥이와 그 가족은 여러 합병증뿐 아니라 높은 의료비 부담에 이중 고통을 겪는다. 동아일보DB
재원이는 태어나자마자 뇌출혈, 동맥개관존증, 망막증, 호흡 불안정 등 각종 질환의 위험에 노출됐다. 재원이는 55일간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고 나서야 이 씨의 품에 안길 수 있었다. 퇴원이 끝이 아니었다. 퇴원 직후에는 탈장으로 전신 마취 수술을 하고, 계속 각종 검사와 재활 치료를 받아야 했다. 폐렴에 걸려 입원하기도 했다. 이 씨는 요즈음도 재원이가 이른둥이로 태어난 것이 자기 책임인 듯해 우울하고, 매달 지출되는 의료비 명세를 보면 한숨만 나온다.
재원이처럼 엄마 뱃속에 있던 기간이 37주 미만이고, 몸무게가 2.5kg 이하인 신생아를 이른둥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적으로 신생아 10명 중에 1명은 이른둥이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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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는 면역력이 약하고 신체 장기가 제대로 발달돼 있지 않아 태어나는 순간부터 각종 합병증 위험에 노출된다. 주로 나타나는 것은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과 기관지폐이형성증 등 폐 관련 질환이다.
대한신생아학회가 조사해 보니 이른둥이가 겪은 질환 중 가장 잦은 것은 폐렴과 모세기관지염 등 하기도감염(22.1%)과 호흡곤란증후군(21.1%)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이른둥이 건강지원 관련 정책은 ‘신생아 집중치료(NICU)’ 기간의 의료비 일부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는 것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퇴원 후에도 외래 진료와 재활 치료 등으로 막대한 의료비를 써야 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른둥이 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정부의 이른둥이 지원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84%에 달했고, 10가구 중 6가구는 의료비 마련을 위해 가족이나 지인에게 지원을 요청하거나 적금을 깨고 대출을 받는 등의 경험을 했다고 한다.
최명재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신생아학회 대외협력위원장)는 “이른둥이들도 생후 2∼3년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다른 아이들과 다름없이 건강하게 키울 수 있다”며 “형편이 어려워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NICU 기간 이후에도 이른둥이 가정의 의료비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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