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것/베아트리체 알레마냐 지음/길미향 옮김/40쪽·1만2000원·현북스
풀밭에 앉아 읽던 책을 내려놓고 지는 꽃잎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일, 그 곁에 좋은 친구가 함께여서 말없이 한참을 있어도 좋았던 때 역시 잊지 않았길 바랍니다.
이 책은 공기는 탁하고 바닷가와 풀밭에 잠깐 머무를 여유도 없게 된 지금, 작가가 모두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네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지 묻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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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작가가 말하는 ‘아주 작은 것’이 혹시나 보일까 장면들을 샅샅이 뒤질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도록 얼음을 지치고, 온몸이 쏠려 빠져들도록 모래밭을 파헤쳐 본 기억이 있다면 그 순간의 감정들이 어떤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손끝에 내려앉은 눈송이에 혀끝을 갖다 대거나 양 갈래로 묶은 머리카락이 미친 듯 휘날리도록 줄넘기를 하던 때를 기억해도 좋아요. 행복, 희망, 추억, 환희, 사랑 혹은 그 무엇이어도 좋을 모든 것은 찰나와 같아서 의식하지 않으면 사라져버리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은 결코 ‘아주 작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알려줄 ‘제일 큰 것’이에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