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곡 앞세워 편견에 도전장
20세기 말 음반시장이 몰락하면서 ‘여성 솔로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가요계의 공식이 암암리에 자리 잡았다. 아이유, 백지영, 태연(소녀시대) 정도의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남성 솔로, 남녀 아이돌 그룹에 비하면 시장 수요를 맞추기가 어렵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었다. 열혈 팬덤과 구매력의 중심이 10∼30대 여성에게 집중됐기 때문이다.
다음 주자는 f(x)의 루나. 31일 낸 첫 솔로앨범 ‘Free Somebody’에 실린 6곡 중 2곡을 자작곡으로 채웠다. 일렉트로닉 팝 스타일의 ‘예쁜 소녀(I Wish)’, 몽환적인 R&B 발라드 ‘My Medicine’이다. 특히 후자는 어머니에게 쓴 편지를 가사로 옮겨 자기 얘기를 강조했다. 정은지가 ‘하늘바라기’에서 아버지를 향한 메시지를 담은 것과 상통한다. 루나는 TV 프로그램 ‘복면가왕’에서 가창력을 보여줬고 각종 TV와 뮤지컬 출연으로 자신의 캐릭터를 쌓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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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파니, 제시카, 루나는 전현 소속 그룹의 음악적 DNA인 댄스, 전자음악, 발라드의 범주 안에서 개성을 발휘한 반면 어쿠스틱 팝을 강조한 정은지와 수빈의 앨범은 흥미롭다. 정은지의 복고적인 발라드들은 주연했던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느낌과도 상통한다.
이 가운데 수빈의 행보는 이채롭다. 이미 모그룹인 달샤벳의 작년 앨범 ‘Joker is Alive’의 전곡 작사·작곡에 참여했다. 이번 솔로 데뷔작의 2곡 모두 마찬가지다. 댄스그룹 시절의 전자음을 최소화한 대신 어쿠스틱 피아노를 뼈대로 R&B 가창을 더했다. 가수를 모르고 들으면 인디 싱어송라이터 같은 인상을 준다.
엠버의 꾸준한 걸음도 인상적이다. 올해 벌써 세 개의 자작곡을 디지털 싱글로 발표했다. 이달에만도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한 ‘On My Own’ ‘Need to Feel Needed’를 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엠버를 가장 주목했다. 그는 “f(x)의 이미지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의지와 의도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면서 “작년 ‘Beautiful’에서 모든 사람은 아름다운 존재라는 화두를 던진 뒤 올해 ‘Borders’에서 경계를 벗어나 너 자신 그대로 멋진 삶을 살라는 식으로 메시지를 심화시키고 있다. 랩과 보컬이 다 가능해 메시지 표현에 제약이 적다는 것도 캐릭터 형성에 장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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