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등 취업때 최고 스펙… “입상 쉽다” 해외원정 브로커까지
과거 미스코리아 타이틀이 연예인이 되는 지름길이었다면 최근엔 취업을 위한 ‘스펙’이 됐다. 특히 아나운서와 리포터, 승무원 등 외모가 경쟁력인 직종에서는 최고의 스펙으로 꼽힌다. 서울의 한 미용실 관계자는 29일 “6월 8일 열리는 미스코리아 서울지역 예선 참가자 10명 중 5명이 아나운서를 꿈꾸는 친구들”이라고 말했다. 대구의 한 미용실 원장은 “미인대회 타이틀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인문계 학생이나 명문대 재학생의 참가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지역으로 거주지를 옮겨 지역 예선에 출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과 대구 등 ‘인물’이 많다고 알려진 지역을 피하려는 꼼수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재수 삼수를 하는 사람들은 해마다 거주지를 바꿔 출전하기도 한다. 2014년부터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한 B 씨(22)는 서울 토박이지만 지난해에는 부산으로, 올해는 대구로 거주지를 옮겨 참가했다가 낙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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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제조기’로 불리는 미용실은 심지어 수천만 원의 가입비를 요구하기도 한다. “유명 미용실일수록 가입비가 높지만 본선 진출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게 미스코리아 준비생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2014년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해 입상한 C 씨(23)는 “강원의 한 미용실 회원 가입비로 2000만 원을 냈다”며 “미스코리아 심사위원은 비공개라고 하지만 원장이 연줄이 있어 사실상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한 아나운서 준비 학원 앞 카페. 미스코리아 출전자들이 삼삼오오 모였다. 2명은 아나운서를, 1명은 일반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이었다. 이들은 “미스코리아 준비 과정에서 금전적으로 과도한 경쟁이 이뤄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모 씨(22)는 “수천만 원이 깨지고 예선이 학기 중에 진행돼 학업에도 소홀하게 되지만 취업 스펙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올 미스코리아 본선 대회는 7월 8일 열릴 예정이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