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 시인 ‘스님의 생각’
“고무줄은 늘어나는 것뿐 아니라 줄어드는 데도 묘미가 있더군요.”(만공 스님)
“늘어나기만 하는 고무줄은 아무 쓸모가 없지요.”(국 참봉)
국 참봉은 무릎을 탁 치며 한없이 편안한 얼굴을 지었다. 만공 스님이 고무줄 하나로 재물에 대해 국 참봉을 깨우친 것.
최근 발간된 ‘스님의 생각’(쌤앤파커스·사진)은 근현대 활동했던 고승들의 일화와 법문을 통해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동아일보와 부산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출신으로 불교계 작가로 활동한 정성욱 시인(53)이다. 그는 30여 년간 전국의 산사를 돌아다니며 스님들과 나눈 대화나 그들에게 전해 들은 얘기를 고스란히 이 책에 담았다.
책에는 경허 스님을 비롯해 경봉 만공 효봉 금오 춘성 성철 법정 스님 등 쟁쟁한 고승들이 등장한다. 103편의 짧은 일화지만 스님들이 각각 터득한 수행과 깨달음의 지혜가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들어 있다. 여기에 일화마다 저자의 간결한 주석이 붙어 또 다른 화두를 던진다.
신도가 선물한 롤렉스 시계를 “수행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야 하는데 시계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도끼로 내리쳐 산산조각 낸 성철 스님의 일화에선 수행자의 기개를 느낄 수 있다.
환속해 수배자가 된 제자를 숨겨주고 생일까지 챙겨준 효봉 스님, 수행 중 잠을 이기기 위해 한겨울에 찬물 담긴 항아리에 몸을 담근 춘성 스님, 하심(下心)을 체득하기 위해 스스로 거지가 된 금오 스님 등 여러 스님의 가르침을 두루 만날 수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