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 미 나우’]
연극 ‘킬 미 나우’에서 제이크(배수빈·왼쪽)와 조이(오종혁)가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인 목욕 장면. 연극열전 제공
‘킬 미 나우’는 관객의 감성을 강하게 자극한다. 연출자 오경택 역시 연출노트에 ‘배우들과 함께 각색본을 읽었다. 모두 울었다. 그저 먹먹했다. 이렇게 울었던 적은 처음이다’라고 고백했을 정도다. 극을 이끄는 중심인물은 한때 소설가로 이름을 날린 제이크(배수빈·이석준)와 선천적 장애를 지닌 그의 아들 조이(오종혁·윤나무)이다. 소아마비에 걸린 사람처럼 몸이 불편한 조이는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이. 말하는 것 역시 불편해 처음 만난 사람은 조이와 대화가 어려울 정도다. 아내 없이 조이를 키우는 제이크는 아들을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에 자기 삶을 당연한 듯 희생한다. “나한텐, 심각한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어. 나한테 나는 없어”라는 그의 대사가 그의 삶을 그대로 투영한다.
극 초반부터 척추 이상 증세를 보였던 제이크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아들보다 더 불편한 몸이 된다. 고통이 너무 커 차라리 안락사로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내뱉을 정도다. 아버지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는 조이는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한다. 조이의 고등학교 졸업식 날, 제이크는 양복에 설사까지 하며 몸을 가누지 못한다. 조이 역시 몸이 불편하지만, 어릴 때부터 자기에게 아버지가 매일 해줬듯 욕조에 아버지를 눕히고 그의 몸을 구석구석 닦아준다. 조이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그의 안락사를 돕지만, 정작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며 오열한다. “아빠, 죽지 마. 아빠, 죽지 마….”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